경제·금융

「G7+1」 회담 이후(사설)

서방선진국 7개국과 러시아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개최된 「G7+1」회담이 23일(한국시간) 폐막됐다.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 75년 프랑스 파리 근교의 랑뷰예에서 첫 회담이 열린 이래 22년만에 러시아가 정회원국으로 가입, 「G7+1」이 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지금까지의 「G7 회담」은 냉전체제아래서 구소련의 위협에 대한 대처와 일본의 무역흑자 축소가 주된 테마였다. 그러나 이번 덴버 정상회담은 러시아가 「G7」에 정식 가입하고 구동구권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편입되는 마당에 열렸다는 점에서 우리로선 촉각이 곤두서는 상황이기도 했다. 덴버 정상회담은 탈이데올로기 시대에 걸맞게 기존의 경제문제를 비롯, 지구촌이 당면하고 있는 현안들을 골고루 다루었다. 이 가운데서 우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문은 핵심의제의 하나인 일본의 무역흑자 축소와 한반도 문제다. 러시아를 제외한 「G7」 정상들이 별도의 모임을 갖고 발표한 「경제에 관한 공동 선언문」은 특히 일본에 대해 무역흑자 축소와 규제완화 단행을 촉구,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된다. 「G7」정상들의 이같은 결의는 대일 무역적자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측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환율면에선 앞으로 상당기간 엔고 기조의 지속이 예상된다. 일본은 지난 94년 엔·달러 환율이 평균 99.74로 전후 최고치를 기록한 해에도 3천9백60억달러를 수출하고 2천4백60억달러를 수입, 1천5백억달러라는 사상최대의 흑자를 보였다. 경기침체의 심화와 엔고가 지속된 95년에도 1천68억달러, 지난해에는 대폭 떨어진 6백9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일본의 이같은 무역흑자는 주로 대미, 대한수출에서 얻어진 것이다. 우리는 일본에 대해 만성 적자국이면서 또 해외시장에서는 경쟁상대국이기도 하다. 일본이 대미흑자를 우려, 엔화강세의 기조를 유지할때 우리에게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지난 5월이래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숨통이 트이고 있는 수출이 이번 덴버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층 활기를 띠게 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G7+1」정상들은 회담을 결산하는 공동 커뮤니케에서 북한에 대해 『탄도미사일의 개발, 배치, 수출의 중단을 촉구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4자회담개최에 지체없이 응할 것도 요구했다. 이는 현재 식량난과 체제붕괴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북한에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번 덴버 정상회담은 21세기 문턱에서 국제사회의 새 질서를 제시했다. 이제 동서체제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한나라의 부는 무력이 아니고 경제력이라는 것을 선언했다. 우리가 경제 공동선언문의 추이, 일본의 움직임을 지켜보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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