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밝은 톤으로 바뀐 한은 경기전망

엔저·北리스크 불구

美 테이퍼링 발표로 경기회복 기대 커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올해 첫 금융통화의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호재기자


한국은행의 경기전망이 밝아졌다.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곳곳에서 묻어난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총생산(GDP) 갭(실질GDP와 잠재GDP의 차)은 올해 말에는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될 것"이라면서 "1년 전과 비교해보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에 다다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경제회복을 기반으로 한 세계 경제성장률 상향 등은 큰 틀에서 우리 경제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춰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8%로 유지했고 내년에는 4.0%까지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발표로 세계 경제회복에 대한 확신이 서면서 국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하방 리스크 약해진 한국 경제=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상반기 3.9%, 하반기 3.7%로 연간 3.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각각 3.4%, 5.8%로, 지난 전망(각각 3.3%, 5.7%)보다 0.1%포인트씩 높아졌다. 성장기여도 측면에서는 내수가 1.8%포인트, 수출이 2.0%포인트로 전망된다.

지난해 10월 전망에서는 성장률에 대한 하방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으나 이번에는 달라졌다. 엔저 및 북한 리스크가 하방 위험으로 작용하지만 미국·유럽연합(EU) 등의 성장세 가속화도 상방 위험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조만간 세계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여 경기회복이 강해졌다는 판단이다.


다만 주택건설 수주가 감소하고 건설사 자금사정이 악화하면서 건설투자는 1.6%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취업자 수는 올해 43만명, 내년 45만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고령자층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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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일치 금리 동결…"금리 인하 가능성은 없다" 확인=경제회복에 대한 자심감이 커지면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없음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화정책 방향에서는 마이너스 GDP 갭 기간이 '상당기간'에서 '당분간'으로 축소됐다. 김 총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표현대로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GDP 갭 축소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저물가 빠져나올까=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5%에서 2.3%로 하향 조정됐다. 내년 전망은 2.8%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연간 1.3%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2년 연속 물가가 목표치를 미달하면 디스인플레이션으로 본다. 디스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경우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총재는 "물가전망치를 낮춘 것은 지난해 4·4분기 농산물 가격이 예상 외로 낮았기 때문"이라며 "물가에 대한 전망이 낮아져서 그런 것은 아니고 기술적인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어 "기대인플레이션이 2.9% 수준이고 임금도 상승하고 있어 물가가 오를 요인이 있다고 본다"며 "올 하반기에는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범위 내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와 수요가 예상한 경로대로 회복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700억달러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운 경상수지는 올해 550억달러, 내년에 450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드는 것은 우리 경제회복에 따라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 국장은 엔화 약세에 따른 영향에 대해 "전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특정산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아직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는 주의 깊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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