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업들이 지난해 4ㆍ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어닝시즌(실적 발표 시즌)`이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실적호전 및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한ㆍ미 증시는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어닝시즌에 돌입하고 그 기대감에 이미 주가는 크게 오르고 있다. 9일 종합주가지수가 급등한 것도 실적기대감에 매수세가 몰린 미 증시의 상승과 이에 힘입은 외국인의 폭발적인 매수세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이날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실적 장세의 신호탄을 터트리는 모습을 연출해 앞으로 발표될 기업들의 실적에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층 고조된 실적 장세 기대감=국내 기업들의 지난해 4ㆍ4분기 실적이 개선됐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실적 장세에 대한 공감대가 무르익고 있다.
대신증권은 “158개 비금융업의 지난해 4ㆍ4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32.3%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해 1~3ㆍ4분기까지는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4ㆍ4분기부터는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진단이다.
조용찬 대신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인 실적 장세에 올라타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유동성 장세였다면 이제는 수출경기 회복과 저금리 등에 따른 실적 장세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 미국 기업의 실적 전망치도 점차 높아져 글로벌 실적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점도 국내 증시에 훈풍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미국기업들의 지난해 4ㆍ4분기 실적은 S&P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지난해 8월에는 21.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에는 22.3%로 높아졌다.
◇이익 개선폭이 큰 ITㆍ경기관련 민감업종에 관심 둬야=실적시즌을 앞두고 무엇보다 시장의 관심은 `과연 어떤 업종ㆍ종목이 깜짝 실적을 낼 수 있는 지`에 쏠려 있다. 전통적으로 정보기술(IT) 업종 및 경기 관련 업종의 주가 상승이 1월에 가장 높았다.
미국 증시에서는 IT업종을 비롯 기술주들이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발표를 바탕으로 연초 강한 랠리를 이끌고 있는 만큼 국내 증시에서도 IT 업종에 대한 관심은 크다. 증권 전문가들도 수출 비중이 높은 IT 관련주와 순익 개선 징후가 높은 업종으로 매수 전략을 좁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황중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IT를 비롯해 이익 전망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경기관련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민감 업종 가운데 철강ㆍ화학주들이 포함된 기초소재업종과 운송ㆍ해운ㆍ중공업 등의 산업재 업종의 이익 증가세에 주목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특히 운송ㆍ해운ㆍ중공업 등 산업재 업종의 경우 지난해 주가 상승률이 컸지만 EPS 전망치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기업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는 통신업종과 최근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는 금융업종의 이익개선 추세에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깜짝 실적`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실적 발표 `하이라이트`는 단연 삼성전자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삼성전자의 4ㆍ4분기 영업이익이 예년 수준을 뛰어넘는 양호한 성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최근 들어 일부 전문가들은 `깜짝 실적`에 대한 경계론을 펼치고 있다.
김석생 우리증권 연구원은 “향후 한 달 동안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이지만 예상보다 그 효과가 짧을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에 쏠린 관심이 점차 개별 종목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창중 LG투자증권 연구원은 “긍정적인 실적결과가 나올 경우 단기적으로 지수가 870선까지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실적 시즌 이후 차익실현 매물에 의한 조정 흐름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반기에 국내 경기 회복세가 완연해 질 경우 상승 흐름을 이어갈 공산도 있다”고 덧붙였다.
<홍병문기자 hb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