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러, 스파이 신원 美 유출자 암살 착수"

코메르산트 보도… "크렘린, 킬러 파견 이례적 인정"


러시아 정부가 미국내 스파이들의 신원을 미 정보당국에 넘겨 지난 6월 안나 채프먼 등 10명이 체포되게 만든 배신자를 보복 살해하기 위해 암살자를 파견했다고 러시아 유력 일간지 코메르산트가 12일 보도했다. 크렘린의 한 고위 소식통은 "배신자가 누구인지, 어디 있는지 안다. 이미 청부 킬러를 보냈다"고 코메르산트에 밝혔다. 러시아 측이 암살자를 파견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러시아 정부는 옛 소련 시절이던 1959년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자 스테판 반데라를 암살한 이후 해외에서 암살을 실행한 일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정보 유출자는 러시아 해외정보국(SVR)의 미국부서 책임자로 오랫동안 일하며 미국 내 스파이망을 관리해 온 SVR 간부 셰르바코프 대령이다. 그는 지난 6월 러시아에서 빠져나와 외국으로 달아났으며, 미 연방수사국(FBI)은 그의 배신 사실이 러시아 측에 알려질까 우려해 러시아 스파이들을 체포했다. 안나 체프먼(28ㆍ사진) 등 체포된 10명의 러시아 스파이들은 약 1개월 뒤 러시아에서 미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해외정보국(MI6ㆍ1912년 창설 당시 Military Intelligence Section 6에서 유래)을 위해 활동하다 체포된 4명의 러시아인 스파이와 맞교환됐다. 뉴욕 맨해튼에서 부동산 회사를 운영하며 미국의 정보를 캐냈던 러시아 ‘미녀 스파이’ 채프먼은 러시아 한 은행에서 자문역으로 일하면서 모델로 변신했다. 최근 남성잡지 '맥심' 러시아판에 권총을 든 란제리 차림으로 표지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미국에서 추방된 스파이 10명에게 최고훈장을 수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이 자리에 참석, 수상자들을 격려하고 "배신자의 말로는 늘 좋지 않았다. (셰르바코프도) 매일 보복에 대한 공포 속에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불가리아의 반체제 인사 게오르기 마르코프가 1978년 영국 런던에서 독이 든 탄환을 맞고 숨진 사건, 2006년 망명한 전 KGB 요원 알렉산데르 리트비넨코가 방사능 물질 폴로늄으로 독살된 사건 등으로 인해 해외 암살작전을 계속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 SVR= KGB(옛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 내 해외정보 수집과 공작을 담당했던 제1총국의 업무를 넘겨받은 대통령 직속기관. 1991년 옛 소련 붕괴 직후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쿠데타에 깊숙이 개입했던 KGB의 힘을 빼기 위해 국내치안ㆍ방첩을 담당하던 KGB 2국은 연방보안국(FSB)으로 분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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