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SectionName();
[송현칼럼/3월 30일] 노동운동이 진화하고 있다
서울대 명예교수 최종태
한국 노동운동이 변하고 있다.
투쟁과 갈등에서 타협과 화합으로 변하고 있다. 정치적 투쟁중심 운동에서 사회적 봉사중심 운동으로 변하고 있다. 계급투쟁에서 벗어나 주인노동 운동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기업발전과 사회공헌이란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한배를 탄 운명이라고 여기고 있다.
'뱃머리에 있는 기업과 선미에 있는 노조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항해를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합의 선언이 있었다. 세계적 경제위기로 인한 초유의 경제위기 국면을 맞아 모두 그 시급성을 인식하고 대안을 모색하던 중 노사단체에서 자발적으로 경제위기에 함께 대응하여 서로 고통을 분담하고 대화와 참여를 통해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하자고 다짐하였다. 이어서 서울시를 비롯하여 각 지역과 기관, 그리고 개별 사업장에서도 노사화합과 위기 극복의 공동대응 대책을 선언하였다.
한국의 노사관계에서 최근 들어 가장 괄목할 만한 현상은 노동조합 자체 내에서 과격한 투쟁주의와 이기적 노동운동을 반성하고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한때 격렬한 노사분쟁의 대표적 사업장이었던 현대중공업, 서울 메트로, 코오롱 구미 공장, 인천지하철 등 여러 곳의 노동조합 위원장들이 한결같이 새 시대에 진정한 에너지가 되는 노동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서울 메트로 정연수 위원장은 '자본을 적으로 보는 노동운동에서 자본을 공유하고 창조하는 노동운동' '소비자와 시민에 갈등하고 반목하는 노동운동이 아닌 소비자와 시민을 섬기는 봉사하는 노동운동' '사회통합의 주체가 되는 노동운동' 을 강조함으로써, 이 시대의 노동운동은 국가발전과 경제의 발목을 잡는 부정적 세력이 아니라 국민의 사랑과 응원 속에서 국가발전을 견인하는 새로운 국민에너지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난 12일 그의 취임식에서 다짐하였다.
이러한 우리 노동운동의 변화와 진화 조짐은 아직 이념 지향의 전투적 투쟁노조가 절대적으로 상존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말 다행한 일이고 또한 한국 노사관계 발전의 희망이라 할 수 있다.
노사관계를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이념투쟁론적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시스템 진화론적 관점이다. 전자는 마르크스의 이론, 후자는 베버의 이론에 각각 근거를 두고 있다.
오늘날 세계의 노사관계를 보는 시각은 후자인 사회진화론적 시스템 입장이다. 이는 노사관계를 하나의 '생명을 지닌 시스템(living system)'으로 보고 이에 대한 전략과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당사자들은 환경변화에 따라 변신과 혁신에 힘을 다하여 무한 경쟁사회에서 선택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생태계는 냉혹하다. 적자생존의 세계다. 자연생태계와 사회생태계 모두 그 안에서 선택되지 않으면 멸종된다. 노동운동과 노사관계도 마찬가지다. '세계화'라는 생태계 속에서 선택되지 않으면 멸종하게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당사자들은 물론 사회도 혼란과 절망에 빠지게 된다. 노동과 노사관계는 국가와 사회건설의 하부구조, 즉 사회적 인프라(social infrastructure)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과 그의 지도자들이 진화론적 사고에 입각하여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회통합의 기수로서 동반자적 노동운동을 모색하고자 하는 노력은 시련에 직면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실로 큰 희망을 안겨주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노동운동의 진화 노력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용자와 정부의 적극적인 상호작용 노력이 함께 있어야 한다. 독일 경제학자 브렌타노의 말을 빌릴 필요도 없이 노동이 없는 자본은 존재할 수 없고 자본이 없는 노동 또한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사용자는 동반자로서 노동의 자주성과 가치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건전한 노동운동에 대한 적극적인 협력이 있어야 한다. 정부 또한 바람직한 노동운동의 기반구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알립니다
최종태(70) 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가 송현칼럼 고정 필진으로 새로 참여합니다. 대구 출신의 최 교수는 영남대 상학과를 나와 오스트리아 린츠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서울대 경영대 교수, 영남대 상경대 석좌교수, 단국대 경영대학원장, 한국경영학회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한국노총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습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