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5년간 혹독한 구조조정기를 거친 네트워크 장비 업계의 선두 업체로서 통신사업자간의 경쟁적인 투자와 인터넷(IP)TV 등과 같은 신규사업 런칭으로 경영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내년에 노키아와 지멘스의 합작법인이 결성되면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도약할 것이다.” 다산네트웍스의 남민우(44ㆍ사진) 사장은 요즘 ‘살아남은 자’의 과실을 톡톡히 맛보고 있다.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촉발된 업계의 구조조정 속에서 결국 생존했고, 이제 다시 찾아온 호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업체가 정리된 만큼 시장을 나눠먹을 업체 수는 서너개로 줄었고, 시장의 파이는 통신사업자의 투자가 늘면서 훨씬 커졌다. 남 사장의 기억에서 적자에 허덕거리던 지난 2001년부터 내리 4년간은 고민의 연속이었다. “시장의 판이 정리되고 있는 와중이었다. 회사를 접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수시로 엄습했다. 그러던 2003년 말 지멘스로부터 ‘IP기술이 필요하다’며 조인트 벤처를 하자는 제안이 왔다.” 남 사장은 생존의 위기에서 “1대 주주 자리를 내줄 테니 대규모의 투자를 해달라”는 역제안을 하게 된다. 결국 다산네트웍스는 2004년 지멘스로부터 500억원의 지분 투자와 함께 올해까지 총 300억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받는다. 남 사장은 “그 당시에는 최대주주 자리에 연연할 여유가 없었고, 오직 생존만 생각했다”며 “지난해부터 흑자 전환했고 이번 회계연도(9월 결산)에는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안정 궤도에 올라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회계 연도에 다산네트웍스의 매출과 순이익 목표는 각각 1,500억원과 1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이 IPTV 서비스 실시에 앞서 초고속인터넷망 업그레이드에 나서면서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 장비 등의 수주가 활발해 긍정적이다. 여기에다 IP전화기와 IP셋톱박스 등 신규사업도 성장 동력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IP전화기는 삼성네트웍스에, IP셋톱박스는 일본에 공급하고 있다. 아직은 매출 비중이 각각 1%와 3%(지난 3ㆍ4분기 기준)에 불과하지만 시장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두자릿수로 올라설 것으로 남 사장은 보고 있다. 남 사장은 “통신ㆍ방송의 융합으로 네트워크망도 단순히 문서 파일을 전송하던 것에서 비디오 파일을 보내야 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며 “장비 교체 및 신규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산네트웍스가 내년에 더 큰 성장을 전망하는 또 다른 요인은 바로 노키아와의 협력 체제가 본격 가동된다는 점이다. 내년 1월 지멘스가 노키아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 경영권이 노키아로 넘어간 것. 사실 올해 다산네트웍스의 유럽 등 해외시장 공략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못 냈다는 게 남 사장의 진단이다. 인터넷주소디지털가입자회선접속다중화기(IP-DSLAM)의 개발에 성공, 지멘스에 공급하면서 수수료 수입이 발생하고는 있지만 지멘스가 통신장비시장에서 고전하면서 해외 수출은 지지부진한 것. 실제 이번 회계연도의 3ㆍ4분기(올 4~6월)에 해외 부문 매출 비중은 전체의 24%로 대부분의 매출이 다산네트웍스가 직접 뛰어들었던 일본시장에서 발생했다. 남 사장은 “그간 지멘스가 노키아와의 합작법인 설립 문제로 우리가 만든 장비를 팔아주는 데는 거의 신경을 못 쓴 측면이 있다”면서 “내년부터는 IT 영역에서 세계 최고인 노키아와 손을 잡게 되는 만큼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좀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세계적인 기업과 협력하면서 전체 시장을 핸들링하는 방식이나 개발ㆍ마케팅 등 각 부문 프로세스의 중요성 등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며 “이런 장점들을 익히면서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벤처기업의 특징도 잃지 않도록 더욱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길게 보고 서두르지 말자" 남민우 사장은 사업을 하는 데 있어 '길게 보고 서두르지 말자'를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 경쟁에서 처지고 있다는 초조감에 쌓이게 되면 결국 무리수를 두게 된다는 소신 때문이다. 남 사장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네트워크 장비를 만들었던 기가링크ㆍ한아시스템 등이 사업을 접었던 반면 다산네트웍스는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며 "앞서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때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이 힘들수록 로비 등 편법에 기대기보다는 제품 품질을 개선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하루가 달리 빨리 변모하는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속도(Speed)와 유연성(Flexibility)이라는 덕목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남 사장은 "시장 트렌드에 맞춰 사업을 포기해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남들보다 늦었더라도 시장에 뛰어들어야 할 때도 있다"며 "의사 결정 과정이 신속하고 유연해야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조직 관리를 위해 간부회의 때마다 임원들의 솔선수범을 수시로 주문하고 있다. 그는 "전체 직원이 470명까지 불어나면서 30명에 달하는 임원들의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며 "윗사람이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래 직원들도 자연스레 그런 문화에 젖게 된다"고 말했다. ◇약력 ▦62년 전북 익산 출생 ▦84년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93년3월 다산기연 설립 ▦99년3월 다산인터네트 설립 ▦2000년6월 다산인터네트 코스닥 상장 ▦2002년3월 다산네트웍스로 사명 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