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 대통령에 바란다] 새대통령의 책무

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한국의 새로운 정치지도자가 탄생됐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시대적, 역사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소위 3김 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21세기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3김 시대의 국내 정치는, 보스 중심의 권위주의 정치요, 권력 집중의 1인 정치요, 지역주의 정치였다. 낡고 후진적인 정치 문화가 정경유착으로 경제의 발목을 잡고, 사회적 갈등과 지역간 분열을 증폭시켜 왔다. 이제 새 대통령은 권위주의적 인치(人治)를 청산하고, 권력 분산을 통한 정치 시스템에 의해 정치가 작동되는 선진 정치를 창출해야 한다. 더구나 21세기는 인간의 존엄성과 창조적 능력이 최고로 중시되는 지식정보화 사회요, 사회의 다양성과 자유로운 경쟁이 최대로 존중되는 글로벌 시대다. 때문에 21세기를 창조하는 새 대통령은 무엇보다 인간 가치를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는 인본주의를 새 시대 이념 가치로 내세워야 한다. 이와 같은 역사적 소명의 큰 틀 속에서, 선진 경제ㆍ사회로의 도약을 위해 우리 국민이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와 희망은 크다. 무엇보다 먼저 창조적 정치문화를 탄생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의 정치는 사회 발전을 선도하기 보다, 오히려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고 사회 통합을 저해하여 왔다. 정치란 무엇인가. 다양한 국민 계층간의 이해 충돌과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하며 어우르는 것이 아닌가. 이제 정치는 권력 집중의 인치(人治)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하여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국민의 이해를 조정해야 한다. 대통령은 공정한 인사와 공직 사회의 투명화를 통해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해야 실종된 정치의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다. 둘째,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올바로 작동되고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전제가 되는 법치주의가 확립되어야 한다. 본래 한 나라의 정치나 경제 발전은 그 나라의 사회 윤리나 문화 수준을 넘을 수 없다. 붕괴된 사회 도덕성의 회복없이 정치ㆍ경제적 선진화는 요원하다. 그러나 전반적인 사회 윤리의 수준을 높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정직하고 청렴한 지도자의 솔선수범이 요청되고, 최소한의 도덕 규범이라 할 수 있는 법에 의한 질서, 즉 법치주의가 확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자유시장경제 원리는 바로 경제 법치주의라 할 수 있으므로, 경제는 자유 기업과 시장에 맡겨야 한다. 셋째, 교육의 백년대계를 올곧게 세우는 교육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빈번하게 바뀌는 교육 정책과 입시 지옥으로 인해 국민의 고통과 불편은 극에 달하고, 교육 수준의 하향 평준화로 국가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세계 질서는 군사패권주의에서 경제 패권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경제 패권의 핵심은 바로 경쟁력에 있고, 경쟁력은 교육 수준에 달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창조 능력을 계발하고 인력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은 물론 교육의 내용과 질을 개혁하여 백년대계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끝으로, 지금 세계 질서는 기존의 팍스 아메리카나(Pax-Americana) 체제가 약화되면서 중심축이 EU, 동북아권으로 분산되고 있다. 국가간ㆍ경제 블록간 치열한 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한반도는 아직 이념 대립이라는 20세기 유물이 남아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로서, 주변 강대국들의 이념적ㆍ경제적 이해가 얽혀 있다. 새 대통령은 시대를 꿰뚫는 세계관을 통해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의 축하와 승리의 환희에 앞서, 과반수가 넘는 국민이 자신의 반대편에 서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들의 뜻과 바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정치에 반영하여 국민의 역동적 화합을 이끌어내고 실추된 정치적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새 시대의 지도자는 과거의 카리스마적 권위로 국민에게 군림하는 리더가 아니라, 국민의 고통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리더(servant leadership)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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