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가계도 기업도 은행도 '돈가뭄'

신용경색 악화로 유동성 불안 고조…연말 자금확보 혈안



기업ㆍ가계ㆍ은행 등 주요 경제주체들의 ‘돈가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신용경색 악화로 해외는 물론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유동성 흐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가계ㆍ기업 등 수요자는 물론 공급자인 은행조차 연말 자금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 가계의 구매력 약화와 기업들의 설비투자 지연 등으로 이어져 내년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은행권의 자금조달 원천이 일시 경색될 경우 기업들의 신사업 차질, 한계기업 도산 등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4일 한국은행 등 금융 당국에 따르면 최근 ▦기업의 대출 및 회사채 발행 ▦마이너스통장 등 가계 대출 ▦은행의 CD 및 은행채 발행 등 경제주체별로 자금조달이 급증하고 있다. 내년 경기회복 전망으로 돈 씀씀이는 늘어난 반면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커지면서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규모는 지난 9월 9조6,060억원, 10월 9조4,886억원 등으로 7~8월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가량 급증했다. 특히 대기업 대출은 10월까지 7조2,000억원 늘었는데 이 가운데 9월(1조8,153억원)과 10월(1조2,387억원)의 증가액만도 3조원을 웃돈다. 대출 순증가액의 40% 이상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집중된 셈이다. 회사채 발행도 크게 늘고 있다. 10월 말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잔액은 66조5,000억원으로 전고점이었던 2005년 9월(66조4,000억원) 규모를 넘어서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도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 증가 및 원리금 상환 등으로 대출이 크게 늘었다. 또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납부와 새학기 학자금 마련 등을 감안할 때 이러한 대출 증가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3ㆍ4분기 말 현재 가계 빚은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어섰다. 돈을 빌려줘야 하는 은행권 역시 자금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펀드로의 예금이탈과 해외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대출재원 마련을 위해 고금리를 물면서까지 CD 및 은행채를 마구 찍어내고 있다. 은행들의 CD 순발행액은 9월 1조원에서 10월 3조2,030억원으로, 은행채는 9월 5조6,055억원에서 10월 7조6,300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CD 순발행액은 올 들어 11월 말까지 28조원으로 지난해 순발행액(11조4,000억원)의 2.5배 규모로 폭증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시중자금이 한쪽으로 쏠린데다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경제주체별 자금부족 현상이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경제 전체가 고비용 구조로 진행되는 등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지만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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