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감시없는 권력, 폭력적이고 부패해진다"

인터넷 연재 장편소설 '도가니' 출간 공지영씨


“감시없는 권력은 예외없이 폭력적이고 부패한다는 것을 느꼈다. 소설 속 배경인 자애학원은 40억원이라는 정부 예산이 주어지지만 아무런 감시가 없었다. 최고의 교육을 받아도 한 인간에게 막대한 권한이 부여된 채 통제 시스템이 없다면 폭력은 필연적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새 장편소설 ‘도가니’를 출간한 소설가 공지영(46ㆍ사진)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탈고 후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책은 2008년 11월부터 약 6개월간 인터넷 포털 ‘다음’에 연재했던 원고를 묶은 것으로 지난 2005년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광주의 모 장애인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건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선배 작가들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도 표했다. 배경을 무진(霧津)으로 설정한 것은 그가 좋아하는 김승우의 단편소설 ‘무진기행’에서 빌려왔으며, 제목 도가니는 아서 밀러의 희곡 ‘크루서블’(도가니)을 차용했다. 소설 곳곳에 묘사된 성폭행 장면은 읽기에 힘겹지만 작가는 소설에 묘사된 사건과 사실은 실제 일어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현실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말이다. 그는 “소설을 구상할 때는 낙후된 한 지역의 야만적 폭력과 이를 눈감는 지방 토호들을 다뤄보고 싶었다”며 “하지만 폭력 자체에 대한 문제 보다는 상류계급 사람들에 의해 벌어진 폭력이 은폐되는 과정이 드러나 더욱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해 서류 조사는 물론 광주 등 관련 지역을 10번 이상 방문해 피해자와 가해자들을 만났다. 인터넷 연재에 대한 부담감도 밝혔다. 그는 “연재하는 동안 광장에서 사람들과 합숙한 것 같았다”며 “매일 스스로를 노출시킨다는 것이 육체적으로 광장에 서 있는 것 만큼 피로감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후에는 매체의 특성에 맞춰 글이 잘 써질 때는 많이 올리고 글이 잘 안될 때는 쉴 수 있는 조건을 달고 연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소설의 결말은 권선징악이 아니다. 사건이 종결되지 않았지만 아내의 강권으로 다시 무진을 떠나는 주인공 강인호를 통해 소시민의 삶을 이야기 한다. 그는 “모두 이상향에 대한 꿈을 갖고 있지만 실제 행하기는 어렵다”며 “꿈을 잃지 않는 것 자체가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80년대식 화염병의 질주로는 2000년대의 꿈을 이룰 수 없다”며 “꿈을 연결할 수 있는 고리가 나올 때 군중들은 비로소 힘있는 진정한 실세로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남겨두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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