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최종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

"상급단체 전임자임금 기금 조성 나쁘지 않아"<br>공익적 상생협력 지원… 크게 문제되지 않을것<br>정부 주도 상생 논의 역기능보다 순기능 많아

◇약력▦1939년 대구 ▦영남대 상학과 ▦오스트리아 린츠대 경영학박사 ▦서울대 경영대학장 ▦한국노사관계학회 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노동부 정책자문위원 ▦한국노총 자문위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공익사업을 시장에만 맡길 수는 없습니다. 노조의 역할과 활동도 매우 중요합니다. 노조 상급단체가 공익적 노사 상생협력 사업을 벌인다면 사용자 측이 기금을 조성해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최종태(71·사진) 신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을 빚었던 경제단체들의 노조 상급단체 전임자 임금지급을 위한 기금 조성에 대해 "노사 상생의 목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 위원장은 "노조 상급단체는 앞으로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 외에 사회적 책임도 공유해야 한다"면서 "노사문화선진화위원회에서 상급단체 문제를 포함한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논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경총·대한상의·전경련 등 주요 경제단체가 한국노총의 파견 전임자 임금지급을 위해 기금을 조성하는 계획을 두고 타임오프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타임오프제는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매우 큰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제도입니다.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인데 이것이 지나치면 목적을 상실하는 수도 있습니다. 벌써부터 타임오프제를 없애고 원상 복귀하자는 논의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따라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금조성 이유가 공익적 노사 상생협력 사업 지원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행정부는 조성된 기금이 본래 목적대로 제대로 쓰이는지 모니터링를 지속적으로 해야겠지요. 앞으로 투쟁 중심에서 협력 중심의 노조, 책임 있는 노조가 되려면 한국노총 등 연합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타임오프의 풍향계 역할을 했던 기아자동차 노사가 최근 임단협에서 보조수당을 신설한 것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전임자 급여지급의 우회통로가 아니냐는 것인데요. ▦앞으로 이런 문제가 계속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체 조합비로 전임자를 쓰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는 점입니다. 노동조합 자치주의에 따라 조합원이 결정한 사항이라면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받은 임금을 조합비로 더 내겠다는 것입니다. 조합비를 인상할 때 조합원들의 저항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노조들의 조합비는 너무 적습니다. 올리는 게 맞습니다. 장기적으로 이 문제가 정착돼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갈등 측면에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타임오프 정착을 위해 노사정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하실 것인가요. ▦세계적으로는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고 국내에서는 노동법 개정이라는 지각변동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르지만 상당 부분 정착돼가는 분위기여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나는 막스 베버를 좋아합니다. 베버는 사람과 동물의 차이를 설명할 때 가치적 존재를 이야기합니다. 의사결정을 할 때는 최대한 가치중립적이어야 하지만 결정 이후 실행할 때는 가치를 존중해야 합니다. 타임오프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도를 도입할 때는 보편적ㆍ본질적 측면에서 결정했지만 실행과정에서는 출구전략을 존중해야 합니다. 베버의 점증적인 이론처럼 예전부터 내려오는 관습과 가치를 존중하면서 출구전략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 화두인데요. 상생 논의가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감이 있습니다. 시장의 기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요. ▦현대사회는 다원사회로 행위의 주체가 많습니다. 상생 문제도 어느 일방이 논의를 이끌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현대 노사관계는 양자관계가 아니라 노사정 3자의 관계입니다. 정부도 대고객이면서 대행위자로서 굉장히 중요한 당사자입니다. 우선 공공기관 등 정부가 고용하는 부분이 크고 교육 등을 통해 노동상품의 질도 정부가 결정하므로 정부는 노동시장 수요·공급의 주체입니다. 동시에 주택·교통·교육 등 노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정부가 노사관계에서 직접 당사자이자 촉매자로서, 또한 인프라 구축 당사자로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중소기업 상생에서도 이런 역할이 요구됩니다. 시장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해줘야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하나 때로는 독과점 등 시장 메커니즘의 왜곡이 일어나므로 이의 시정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간담회를 하는 데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은데 순기능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서구보다 행위의 주도권을 쥔 대통령의 상징적 역할이 중요합니다. -청년실업이 심각합니다. 구직과 구인의 미스매치, 대ㆍ중소기업 간 임금 이중구조 등 풀어야 할 것들이 많은데요. ▦청년실업 문제는 국가발전의 원동력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따라서 국가적 대책이 강구돼야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체 고용의 88% 정도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에서 고용이 늘어나야 합니다. 그러나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 문제, 또 중소기업이 요구하는 직업능력을 갖추지 못한 문제 등 수요공급의 미스매치가 있습니다. 청년실업은 고용 서비스 강화 등 단기적 방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임금이나 작업환경 등 고용여건을 개선하고 청년들이 중소기업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합니다. 정부ㆍ대기업 등은 중소기업을 이끌어주는 변혁의 주도자(changing agent), 촉매(catalyst) 역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기업이 해줄 수 있는 영역이 넓다고 생각합니다. 또 청년 능력개발과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청년들이 산업예비군이 되느냐 짐이 되느냐, 다시 말해 우리 사회의 자산이야 부채냐를 결정하는 데 있어 국가 차원에서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과감하게 투자해야 합니다. -노동계에서는 고용 서비스 선진화가 노동시장 유연화를 촉진해 파견업종 확대나 비정규직 양산 등을 초래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을 봐도 그렇고, 고용 서비스 부문은 대폭 강화돼야 합니다. 파견인력 확대나 비정규직 확대는 우려에 불과합니다. 나중에 결과에 대한 숫자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노사정위원회 산하의 의제별 위원회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고용연장 문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 세대의 고용연장 문제는 청년층의 실업 문제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요. ▦취약계층에는 여성ㆍ장애인ㆍ고령자 등이 있습니다. 고령자층 가운데 베이비붐 세대이면서 연금수령 이전의 나이에 걸린 55~65세가 가장 취약한 계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위원회에서 정년연장 문제나 전직훈련 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 고용연장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책 모색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러나 정년연장 관련 논의에는 갈등이 존재합니다. 대체로 55~57세에 단협으로 정년을 정하도록 하고 60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도록 권고는 하지만 노동계는 60세까지 법제화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각 주체가 베이비붐 세대 일자리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정년연장 관련 촉진적·타협적 통합을 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입니다. 대기업ㆍ공기업 등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에서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ㆍ고령자 간 일자리 대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청년층 일자리와 베이붐 세대의 일자리는 대체재 관계계가 아닙니다. 두 세대가 택하는 직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하려면 노사정의 역할이 중요한데 앞으로 노사정위의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한국의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 인프라 구축이 필요합니다. 이 인프라 구축의 핵심이 바로 사회적 자본이고 그 바탕은 신뢰입니다.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소통이 있어야 하고 노사정위는 사회적 대화와 소통의 지주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동안 노사정위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목적의 법칙, 형성의 법칙, 운영의 법칙에 따라 조직을 점검하고 위원회를 새로운 단계로 올려놓기 위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목적(이념)의 법칙에 따라 노사정 관계를 사업동반자적 관계로 발전시키고 형성의 법칙에 따라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와 민주노총의 참여를 위해서도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운영의 법칙에 따라 구성원들의 사기를 앙양하고 외부 전문기관들과의 소통도 제고하겠습니다.
온화한 성품·균형잡힌 시각 "대립 조율 적임자"
■ 최 위원장은

故정주영 회장이 인정한 '워커홀릭' 으로도 유명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관용차를 타니 어색하고 불편합니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최종태 노사정위원장은 평소 이동할 때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한다. 위원장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일부 축화전화를 지하철에 타고 있을 때 받았을 정도다. 평소 대중교통을 선호하는 것이 빠르고 정확한데다 저렴하면서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점에서도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퇴임 전까지 서울대 경영대 교수로 30년 가까이 재직하며 조직론과 인사관리를 연구해온 전문가로 전임 고용노동부 장관인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대학 은사이기도 하다. 그는 온화한 성품과 균형 잡힌 시각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조율하는 데 적임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노동부 고용정책심의회 위원, 한국노총 자문위원 등 노사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경영계는 물론 노동계와도 관계를 맺고 있다. 조합원의 실리를 위한 합리적 노조운동과 기업 경쟁력 강화에 맞는 노사관계의 필요성을 강조해 친기업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는 워커홀릭으로 유명하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부지런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최 교수가 한수 위인 것 같다"고 말했다는 일화가 아직도 서울대 교수들 사이에 회자될 정도다. 평소 특별히 운동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지는 않지만 술을 가까이 하지 않고 오랜 교수생활로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배어 있어 71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활발할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과는 지난 2월까지 1년간 송현칼럼을 연재한 인연이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