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다시 아일랜드에 와 보니

이재술 <딜로이트 하나안진회계법인 대표>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8년, 우리나라 경제회복 정책을 유럽 6개국에 설명하는 외교통상부 경제사절단의 민간전문가 일원으로 아일랜드를 방문했었다. 7년 만인 지난주 딜로이트 회의 참석차 다시 아일랜드를 찾아가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영화 타이타닉 주제가를 연주한 애절한 아이리쉬 휘슬에서 느껴지는 ‘한’의 정서가 우리와 비슷한 나라 아일랜드. 9세기부터 바이킹의 침공에 시달리고 12세기부터는 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1921년에야 독립했지만 아직도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비운의 섬나라다. 기후가 척박하다 보니 술꾼이 많고 따라서 유명한 문학가도 많이 배출한 나라가 또한 아일랜드다. 농업밖에 없던 나라였지만 18세기 중반 흑맥주를 창업한 기니스(Guinness) 덕분에 산업화되고 발전하다가 70년대 IMF 구제금융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유럽연합의 ‘켈트 호랑이(Celtic Tiger)’로 급부상하고 있다. 400만명밖에 되지 않는 인구에도 불구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고 유럽연합 국가들이 평균 12% 이상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4% 정도의 실업률을 유지한다. 최근에는 첨단 금융 소프트웨어, 생명과학, 의료기기 등의 메카로 성장하고 있는 아일랜드의 근본동력은 어디서 온 걸까. 그 이유를 꼽는다면 노사정의 사회적 합의, 외자유치를 위한 세금감면과 보조금 지급, 우수한 전문교육을 받은 인력, 조그만 섬나라를 탈피하고자 국제화 정책을 꾸준히 지속한 정부 등에서 찾아진다. 물론 그러한 요인들은 국가의 전략목표를 위해 일관되게 작용돼왔지만 보다 근본적 동인은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의 고취’가 아닐까 싶다. 최근 아일랜드를 보면 혁신적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그러한 기업가의 창업지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며 성공한 기업가와 부자를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충만해 보인다. 아이리쉬타임즈에는 지중해ㆍ스페인 등 수많은 휴양지의 해외 부동산 투자광고 사진이 연일 지면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식당에서 돈이나 신용카드를 받을 때(보통은 돈을 받고 영수증과 잔돈을 고객에 주면서) 고객들에게 매우 감사하는 표시를 하는 데서도 이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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