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특파원 칼럼/7월 28일] 어닝 서프라이즈의 그늘

뉴욕 주식시장이 한 여름 날씨만큼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다. 2ㆍ4분기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연일 기업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연출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애플ㆍ 인텔 등 잘 나가는 기술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생사기로에 내몰렸던 자동차업체들까지 서프라이즈 대열에 동참했다. S&P 500 종목가운데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은 기업의 비율이 70%를 넘을 정도다. 미국기업들이 이렇게 몰라보게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점잖은 표현으로 ‘비용절감’이고, 있는 그대로 말하면 ‘자르기’다.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아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공장을 줄였고, 감원을 단행했다. 그 결과가 수익성 개선으로 나타난 것이다. 모터사이클 업체인 할리 데이비슨이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줄어든 반면 분기 순이익은 8,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지난해 2,000명의 직원을 내보낸 이 회사는 내년까지 1,600명을 더 감원할 계획이다. 주식시장도 이런 ‘보수적인’기업들을 반기고 있다. 경제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에서 공격적인 투자는 자칫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논리다. 따라서 기업들의 이익증가가 투자나 고용확대로 쉽게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게 이곳 분위기다. 오히려 기업경영이 나아져도 기업과 일반인들의 체감경기 차이는 갈수록 커지고, 어닝 서프라이즈에 따른 과실은 소수의 주주나 경영진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미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2003년, 맥킨지 그룹)에 따르면 제조업에서 직업을 잃은 근로자중 36%정도만이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는 일자리로 얻었고, 25%는 급여가 30%이상 낮은 일자리로 옮겼다. 만약 지금 조사를 벌인다면 급여가 깎인 비율이 훨씬 늘어나 있을 것이다. 반면 미국 CEO들의 보수는 크게 늘어났다. 지난 2007년 기준 소득 상위 10%에 해당하는 이들의 평균보수는 나머지 90%에 해당하는 근로자 평균임금의 77배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지난 1974년에는 이 배율은 20배 수준이었다. 10%에 육박하는 실업문제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오바마 정부로서는 자기 잇속만 챙기는 듯한 기업들이 야속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그렇다고 며칠전 이명박 대통령이 “현금 많은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으니 서민이 더 힘들다”고 한 것처럼, 기업들에게 대놓고 투자를 늘려달라거나 고용을 확대해달라고 얘기하기도 어렵다. 그랬다가는 당장 ‘정부가 왜 민간에 간섭하느냐’는 비난을 살 게 뻔하다. 또 기업 CEO들의 관심은 주주의 이익이지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는 점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중국정부를 대신해 미국 정부에 압력을 넣을 수 있는 게 다국적기업의 CEO들이다. /뉴욕=이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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