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수출실적을 뜯어보면 수출 한국호가 얼마나 거친 풍랑을 만났는지 알 수 있다. 지역과 품목을 가리지 않고 수출실적이 급락했을 뿐 아니라 그 원인도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가격 하락 등 복합적이다.
우선 품목별 수출실적을 보면 선박(35% 증가)을 제외한 전 10대 수출품의 수출액이 급락했다. 컴퓨터와 가전제품 수출액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반토막이 났고 반도체는 44% 줄었다.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도 지난해 11월 25억1,000만달러에서 올해 15억9,000만달러로 36.6% 감소했다. 건설업과 조선업에 이어 반도체와 석유화학업종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내리는 이유가 수출실적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무선통신기기가 26%, 석유제품과 섬유류, 자동차도 10%가량 수출액이 줄었으며 철강 제품은 2% 감소로 그나마 폭이 작았다.
지역별로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중동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수출감소세가 나타났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 지역 수출이 27.8% 급감했다. 대(對)중 수출의 절반가량이 중국에 투자한 국내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현지 진출 기업들의 어려움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개도국 시장으로 최근 호조세를 보였던 중남미와 아세안(ASEAN) 10개국에 대한 수출도 각각 5.8%, 16.2% 감소했다.
미국(-6.2%), 일본(-13.5%), 유럽연합(EU, -12.5%) 등 선진국 시장은 경기침체 영향이 뚜렷해지며 수출 둔화세가 더욱 커졌다. 유가 급락과 잇따른 투자자산 손실로 중동 경제도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어 향후 이 지역 수출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중동 경제가 유가 급락과 국부펀드의 대규모 손실, 부동산 버블 붕괴 등 3중고를 겪으며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원ㆍ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엔진이 식은 것은 전세계 경기침체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환율이 떨어져 수출가격을 낮춰보지만 각국의 바이어들이 재고증가로 수입을 꺼리는 것이다. 유가와 원자재가 하락 등으로 제품단가가 크게 떨어진 이유도 있지만 전세계 소비 자체가 감소한 것이 수출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얘기다. 지식경제부는 “자동차와 무선통신기기ㆍ가전제품은 수요가 큰 폭으로 줄었으며 설비투자가 감소하면서 일반기계에 대한 수요도 줄었다”며 “반도체는 유화ㆍ철강 제품들과 함께 단가 하락이 수출 감소의 주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