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간답기 위한 조건

■ 자유와 진보,그 교활함을 논하다 데이비드 에드워즈 지음 / 모색 펴냄


“우리는 인간으로서 과연 자유로운가.” 문명이라는 허울로 포장된 소비주의에 찌는 자본주의 병폐를 고발하는 저자의 칼날은 이른바 현대 사회의 대안이라 여겨지는 녹색운동과 좌익으로까지 향한다. 그는 녹색당이 기업 활성화의 촉진과 환경악화의 종식을 보증하는 듯이 보이지만 환경운동의 대부분은 사실 소비주의의 시각 안에서 도덕성을 규정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의 눈에 녹색운동이란 세계가 산산 조각나지 않고 현재의 소비주의적 삶의 방식을 유지하도록 격려할 뿐이다. 더 나은 도덕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산업사회의 소비주의 테두리 안에서 소비주의의 숨통을 연장시키는 노력만 한다는 얘기다. 좌익 또는 비둘기파에 대한 비판의 강도도 만만치 않다. 영국의 노동당에서 볼 수 있듯이 현대의 좌익은 그저 부패 체제의 조금 약화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는 진단한다. 환경운동과 좌익운동에 대한 무차별적 공세를 퍼붓는 저자가 내 놓는 대안은 모든 권위에 대한 거부와 자유로의 회귀다. 원제목인 ‘Free to be Human’은 이 책의 의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인간답기 위해서는 소비주의를 비롯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 제약 때문에 자유로워질 수 없다면 최소한 자유롭기 위한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같은 저자의 생각은 결국 톨스토이, 노암 촘스키 등이 주장하는 아나키즘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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