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대덕특구의 성공시나리오

구본탁 <사단법인 대덕밸리벤처연합회 회장>

지난 2004년이 다 저물어가던 12월29일 우리 경제의 미래가 크게 바뀌는 역사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사건이 국민 대다수의 무관심 속에서 있었다. 그날 ‘대덕연구개발특구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대덕연구개발특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올 3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비전선포식이 대전에서 있었고 오는 7월까지 시행령과 조직을 준비하기 위해 정부와 대덕은 지금 한창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첨단 산업 클러스터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중이다. 클러스터에는 기업들간의 가치사슬 연계로 이뤄지는 산업 클러스터와 산ㆍ학ㆍ연의 협업으로 구축되는 혁신 클러스터 등이 있다. 클러스터가 세계의 성장전략 단순히 지역적으로 집적되는 있는 형태의 산업공단과 달리 클러스터에는 경제적인 ‘주제’가 있고 ‘가치사슬 네트워크’가 있다. 제한된 자원의 활용성을 극대화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클러스터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물론, 중국 등의 신흥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조차 국가적인 성장전략으로 이미 정착돼 있다. 생명과학(BT)와 정보기술(IT)을 주제로 해 세계적인 대기업과 중소ㆍ벤처기업들뿐만 아니라 대학과 연구소간의 가치사슬 네트워크로 엄청난 시너지와 부를 창출하고 있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전세계적인 귀감이 돼고 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비전은 실리콘밸리와 경쟁할 수 있는 세계적인 초일류 혁신 클러스터로 거듭나는 데 있다. 세 가지의 성공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벤처 생태계를 잘 만드는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물론이고 문화ㆍ교육ㆍ환경 등의 측면에서 삶의 질까지 차별화된 지역을 만들면 국내외 유수기업과 연구기관들이 몰려올 것이다. 교통ㆍ과학ㆍ관광ㆍ과학 및 국방의 도시뿐만 아니라 곧 신행정 중심 복합도시의 배후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될 대전광역시가 실리콘밸리 등을 지역 발전의 모델로 삼아 추구해야 할 전략이 될 것이다. 둘째, 바이오ㆍ정보통신ㆍ나노 등 첨단 분야간의 기술융합을 통해 신산업을 창출하는 것이다. 다양한 산업 분야의 연구소와 벤처기업들이 포진돼 있는 대덕이 노려볼 만한 전략이 될 것이다. 아직 이 분야의 세계시장에 주도자가 없다는 것이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연구소와 대학이 주로 추진해야 할 전략이 될 것이다.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소들 간의 활발한 협업연구를 통해 융ㆍ복합기술 분야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일도 중요하거니와 융합기술 분야의 고급 신진인력들을 배출해내야 하는 대학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미 대덕의 연구소와 대학들간에는 이와 같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벌써부터 방안 모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셋째, 가치사슬 연계형 대형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덕에는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지만 규모의 경제를 이룰 만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별로 없다. 기업들의 자원과 연구소 및 대학의 자원을 합하는 조인트 벤처의 형태로 혁신적 신기업을 키워내거나 국내외로부터 통합형 기업을 유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위 ‘클러스터의 시스템 구축자’를 만들자는 것이다. 기업들 연대로 시너지 창출을 그동안 대덕의 벤처기업들은 서로 가치를 주고받으면서 유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치사슬망이 없는 상태에서 독자적인 성장의 길을 걸어왔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을 주도하고 산업체간의 시너지를 창출하며 특구의 규모에 걸맞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연대해야 한다. 지금 대덕의 기업들은 산업별로 작은 클러스터들을 활발하게 만들어나가면서 유기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이미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초일류 혁신 클러스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초일류의 지원이 필요하다.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방자체단체의 노력이나 기술융합이나 통합형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위한 산ㆍ학ㆍ연 혁신주체들의 열성, 그리고 자금지원과 제도개선을 통해 비전을 제시하는 정부의 지원 등 모두가 초일류 수준이 될 때 우리의 꿈은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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