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체들이 지난 해 말부터 `보험`판매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TV에 선보였던 보험이 의외로 히트를 치자 각 업체들은 너도 나도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판매전에 나섰다.
이제는 TV를 통해 보험상품을 소개해 주고 보험사로부터 중개 수수료를 챙기는 걸로 모자라 대리점을 만들고 텔레 마케터를 고용해 신규 가입을 받는 직영업까지 하고 있다. 불황 속에서 황금 광산이라도 찾아낸 듯 한 분위기다.
하지만 홈쇼핑 업체들이 보험 판매를 시작하면서부터 각사의 인터넷 고객 게시판엔 보험 판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어떤 이는 “보험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내가 오늘 TV홈쇼핑에서 기저귀를 주문한 사실까지 알고 아기 보험에 가입하라 했다”며 “어떻게 보험 회사에서 내 신상에 대해 훤히 알고 있는 지 설명해 달라”는 글을 남겼다.
그 외에도 “내 정보를 보험 회사에 넘긴 것 아니냐” “정보 유출 같은 데 신고하겠다” “왜 동의 없이 전화해 짜증나게 하나” 등 불쾌함과 걱정이 뒤섞인 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뜬금없이 홈쇼핑회사에서 전화를 해 보험에 가입하라 하니 당황스러운 건 지극히 당연한 일.
판매엔 적극적이면서 불만에 대한 업체 측 대처는 매우 소극적이다. `걱정하게 만들어 죄송합니다만 보험회사가 아니라 우리가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 맞으니 안심해도 됩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것도 한정된 공간인 작은 게시판 안에서만 말이다.
오늘 날 홈쇼핑 산업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고객들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홈쇼핑 고객들은 판매자와 얼굴 한번 마주 하지 않고도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신용카드번호며 주민등록번호, 연락처까지 전부 알려줬다. 불안한 면이 전혀 없는 건 아니나 `믿어도 된다`는 업체들의 말만 `믿고`신상 정보를 다 제공했던 것이다.
그런데 잡지나 그릇, 운동기구 같은 쓰다 버리는 소비재가 아니라 개인의 신상과 직결된 보험 상품을 팔면서 제대로 된 고지 한번 없이 무턱대고 전화만 열심히 돌리고 있다. 불쑥 전화해 고객을 감짝 놀라게 만드는 일이 그 동안 어렵게 쌓아온 신뢰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지 한번쯤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정영현 생활산업부기자 yhchuhng@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