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측 "검찰소환땐 언제든 귀국"
김승연(金昇淵) 한화그룹 회장이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지기 하루전인 1일 미국으로 출국한 것과 관련, 출국 배경과 함께 `고의 도피`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그룹측은 6일 “김 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추진해 온 6개월 과정의 미국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연수 문제가 최근 확정돼 출국했다”며 도피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재벌그룹 총수가 회사 업무를 6개월 동안이나 제쳐놓고 `해외연수`를 떠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한화측이 상당한 액수의 비자금을 조성해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와 김 회장이 여기에 깊숙이 개입한 단서까지 포착하자, 일단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미국 행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시중에서는 김 회장이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경기고 후배인 사실을 놓고 대선 직후부터 “한화가 이회창 후보측을 적극 지원해 새 정권이 들어서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자기 명의의 돈을 직접 한나라당에 건넨 사실을 검찰이 포착, 김 회장이 직접 타격을 입게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또 2002년 12월 한화가 대한생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이 어떤 형태로든 정치권과 접촉,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 등은 당시 “한화는 분식회계로 부채비율을 낮추어 대생을 인수한 만큼 인수 자격이 없다”며 한화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한화측은 이에 대해 김 회장의 출국이 오해를 낳을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에서 사업을 계속하는 한 검찰 수사를 피해갈 재간이 없는 만큼 김 회장은 검찰이 공식 소환을 요청하면 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 관계자는 “대생 경영이 안정권에 들어선 데다 그룹 계열사들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6개월 공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김 회장은 검찰 소환 등 필요할 경우 언제든 귀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김 회장의 미국행이 한화측의 설명대로라면 별다른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도피성으로 밝혀지면 이는 정치 자금과 관련된 한화의 속사정이 다른 그룹보다 심각하고 복잡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은 한미교류협회 회장으로 연수에 참여, `한미 관계의 미래와 NGO(비정부기구)의 역할`이란 주제로 6개월 동안 연수를 할 예정이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