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동의 작품에서 ‘동영상’을 본다

`백문불여일견` 어느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문화분야 역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보는 것 이상의 것은 없다. 특히 미술은 현장을 찾았을 때 작가와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맛이라든가, 도록을 통해서 느꼈던 색감보다 더한 진한 감동을 더할 때가 많다. 요즘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꾸준히 사람을 끌어모으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현대작가 패트릭 휴즈의 최신작 원화18점과 석판화 6점을 보여주고 있는 `패트릭 휴즈-움직이는 그림`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평면의 도록은 그냥 일상적인 회화를 담고 있다. 박여숙화랑측은 전시 오픈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서 “역원근법을 이용한 `움직이는 그림`을 고안해내어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얻고 있다. 도록의 그림은 평면처럼 보이지만 그의 그림은 입체이고 시각적으로 들어가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튀어나온 부위다”는 설명이었다. 이해가 갈듯말듯한 설명이었지만, 전시현장에서 그 애매모호함은 완전히 사라졌다. 작가의 즐거운 상상력과 기발한 아이디어, 그리고 원색으로 이뤄진 밝은 색감으로 관객에서 유쾌함을 준다. 그림앞에서 관객은 위치를 이동함에 따라 그림도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관객들은 그림 앞에서 뒷걸음질 쳐보기도 하고 좌우로 움직여보기도 한다. 그러면 문이 열리고 책장이 움직이고 벽이 흔들리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어떤 작품은 문이 서서히 열리면서 푸른 하늘아래 아름다운 호수풍경이 펼쳐진다. 문 뒤로 만리장성의 모습이 다가오고 지중해식 건물 기둥들 사이로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바다가 나타난다. 2차원의 평면위에서 3차원적 입체감의 구현이라는 원근법의 문제를 넘어서서 놀랍게도 움직이는 그림을 만들어냈다. 물론 움직이는 것은 갤러리를 찾은 관객인데 패트릭 휴즈의 눈속임 마술에 걸려 마치 그림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고 만다. 부동의 작품에서 요새 유행하는 말로 `동영상`을 구현해 낸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트릭 휴즈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2년전 박여숙화랑에서다. 국내 소개됐을 때 관객들은 “재미있다”“그림에 모터 달린 것 아니야?”라는 즐거운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판매된 작품은 3,000만원 정도의 그림 한점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전시 오픈 2일만에 6작품이 팔렸다. 이번 전시 작들도 만만치 않은 가격. 3,000만원부터 1억원을 호가한다. 화랑측은 “2년전 봤던 분들이 다시 소식을 듣고 와서는 “당시는 비싸보였는데, 그때 사둘걸” 하면서 아쉬워하며 산 사람도 있는가하면 현대미술치고 쉽게 그리고 즐겁게 누구나 즐길수 있어 잘 팔린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작가 작품은 해를 거듭할수록 오르고 있다. 사실 박여숙대표도 2년전 국내서 소화 못한 그의 작품을 아트페어에 들고 나가 좋은 가격으로 다 팔았다. 한편 1939년 영국의 버밍햄에서 출생한 휴즈는 1961년 작품 활동을 시작, 현재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있는 인기 작가. 테이트 갤러리, 빅토리아&앨버트 미술관,글래스고 현대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과 기관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있다. (02)549-7574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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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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