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투자심리 호전등 아직 뚜렷한 증거없어말을 아껴온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증시를 축으로 한 시장 관계자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그 동안 증시에서는 랠리의 근거가 됐던 경기 회복 가능성을 그린스펀 의장의 입을 통해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뉴욕 월가에서는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을 2가지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하나는 아직까지 확실한 경기 회복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오는 29~30일 열릴 예정인 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 경기 회복 징후 아직 포착 못해
9.11 테러 대참사 이후 그린스펀 의장이 행한 언급들을 보면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그의 관점이 조금씩 호전되는 듯한 인상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는 9.11 테러 대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인 지난해 10월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에 맞닥뜨린 기업과 가계는 일시적이나마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1일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는 잠정적이고 임시적인 경기 회복 신호를 언급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FRB 이사들이 신중하지만 상당히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고,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3월말 경기 침체 종료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 경제는 단기적으로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으며 경기 회복을 논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규정함으로써 이 같은 낙관론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월가는 그린스펀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아직까지 확실한 경기 회복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그린스펀 의장은 재고 감소 및 이에 따른 산업생산 증가 가능성 등 일부 긍정적 신호에도 불구하고 기업 투자심리 회복 미미, 고금리, 고실업률등으로 소비지출이 제약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기 경기 회복을 논하기에는 뒷받침될 만한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다.
◇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열어 놓아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으로 뉴욕 증시는 다우지수가 1만선 밑으로 내려가는 등 직격탄을 맞은 반면 채권 가격은 상승했다.
한마디로 그린스펀 의장이 미국 경제를 보는 시각이 밝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있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이안 쉐퍼드슨은 "그린스펀 의장은 경기 회복이 이미 시작됐음을 인지하고 있지만 다만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웰스파고의 손성원 부행장도 "그린스펀 의장은 경기 회복이 안정적인 페이스로 이뤄지기 보다는 다소 주춤거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 차례 더 금리인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고 평했다.
한마디로 명확하지 않아서 그렇지 경기 회복과 관련한 조짐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 같은 기조를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 또 한 차례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자 한다는 것.
실제 상당수 월가 전문가들은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이 오는 29~30일 개최될 FOMC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임을 시사하는 내용으로 보고 있다.
정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