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조업체들이 고유가로 육상ㆍ해상 운송 비용이 급증함에 따라 중국으로 옮긴 생산공장을 다시 미국이나 멕시코로 이전하고 있다고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히터 생산업체인 데사는 최근 생산시설을 미국 켄터키주로 옮겼다. 운송 비용이 올들어 15% 상승했고, 다음달이면 또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전기부품 업체 에머슨도 최근 운송 비용 증가로 모터 등 일부 품목의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멕시코와 미국으로 옮겼다. CIBC월드마켓의 제프 루빈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에서 미 동부연안까지 40피트 컨테이너로 제품을 운송하는 비용은 지난 2000년 이후 3배로 올랐다”며 “만약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간다면 운송비용은 현 수준의 2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유가가 배럴당 세자리 수가 되면서 거리가 곧 돈이 됐다”며 “운송거리가 10%늘어날 때마다 에너지 비용은 4.5%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업체들은 30년 전부터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해 왔다. 미국 내 일자리가 줄었지만, 저렴한 인건비 덕에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어 결국에는 소비자에게 이익이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경우 얻는 이점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조업체 입장에서 보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힘든 상황에서 운송비 부담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 현지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와 당국의 환경 기준 강화 등으로 중국 내 생산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또 중국 위안화의 절상 추세는 미국에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중국으로 이전한 공장들이 운송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저가 상품을 주로 만들어 공장 이전이 늘어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 제품이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WSJ는 그러나 생산공장을 옮기더라도 ▲트럭ㆍ열차 등 육상 운송비 상승 ▲물류 증가량 대비 운송 인프라 부족 ▲부품업체 등 하청 업체들도 이전 필요 등과 현실적 난관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