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연초 랠리를 마치고 강도 높은 조정을 받고 있다. 1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4.21포인트(2.05%) 내린 1,156.75포인트에 장을 마치며 사흘 연속 하락했다. 특히 연초랠리를 주도했던 경기민감주의 약세가 뚜렷하다. 유동성 기대감이 고갈된 반면 실적악화 우려가 재차 고개를 들면서 경기민감주에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이와 달리 연초랠리에서 소외됐던 경기방어주는 약세장에서 선전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4ㆍ4분기 어닝시즌이 당분간 시장지배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 실적악화 및 가격부담 우려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경기방어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유하고 있다. ◇4ㆍ4분기 실적시즌, 펀더멘털 부진 확인=연초에 나타났던 미니 랠리는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금융쇼크 및 유동성 우려가 완화된 데 따른 영향이 컸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가가 가세하면서 경기민감주의 급등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투자자를 유인했던 유동성 장세 예측은 수면 아래로 잠겼고 그 자리를 실적악화 전망이 자리잡고 있다. 더욱이 펀더멘털 부진 우려가 불거지면서 외국인은 순매수기조를 접고 연일 ‘팔자’에 나서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올 업종전망에 따르면 대부분의 업종은 아직까지 경기침체권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유화 및 조선업종은 경기후퇴 국면에, 반도체를 제외한 IT와 자동차ㆍ철강ㆍ건설ㆍ은행 등은 경기침체 국면에 놓여 있다. 이 증권사 김승한 연구원은 “대부분의 경기 관련주가 아직까지 경기침체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국내 증시 전반이 펀더멘털을 회복하기에는 아직까지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경기민감주 자리를 경기방어주가 대체=이 같은 펀더멘털 부진 우려는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경기민감주의 하락골이 깊은 반면 연초랠리에서 소외를 당했던 경기방어주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수가 내리 사흘 하락한 1월8~12일 철강업종이 9.72% 급락한 것을 비롯해 건설(-8.54%), 운수장비(-8.14%), 금융(-7.67%), 보험(-6.99%), 기계(-6.97%)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이들 업종은 연초랠리 구간에서 가장 크게 올랐던 업종이다. 반면 대표적인 경기방어업종들은 하락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지수가 연속 하락한 1월7~12일 사흘 동안 통신업종이 0.29% 오르며 소폭이지만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고 섬유의복(-0.68%), 음식료(-1.48%), 의약품(-1.79%) 등도 시장하락률 대비 월등히 나은 성과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방어주, 주목할 시점=전문가들은 펀더멘털 부진 시점이 ‘현재진행형’인 이상 실적악화 우려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경기방어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유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연초에 나타난 경기민감주의 상대적인 강세는 실적 민감도가 높아지는 어닝시즌으로 들어서면서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업실적 안정성이 우위에 있는 실적호전 경기방어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또 방어주의 경우 경기민감주와 달리 기업구조조정 여파에서도 자유롭고 실적추정치와 실제 실적 간 괴리가 크지 않아 불확실성도 작다는 점도 돋보인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연초 들면서 시장은 대내외 4ㆍ4분기 기업실적과 기업구조조정 불확실성과 맞닥뜨리게 됐다”며 “4ㆍ4분기 어닝시즌에서는 기업실적 결과치와 추정치 간의 괴리도가 커질 수 있는데 이럴 경우 경기 불확실성을 감안해 향후 실적추정치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지형 연구원은 이어 “실적시즌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일단 시장을 관망하되 실적편차가 적은 경기방어주가 투자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