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反韓流’ 문화강국 반증인가 본격적인 역풍인가

상호교류 아닌 일방적 문화수출에 亞각국 거부감 확산<BR>중국·베트남등 정부차원 통상압력으로 불거질 움직임<BR>조직적 시스템으로 지속적인 ‘현지화 전략’만이 해법



일본에서 발간됐던 만화 ‘혐한류’

아시아 일대를 호령하던 ‘한류 열풍’에 거센 ‘역풍’이 불고 있다. 단순 해프닝 정도로 그칠 줄 알았던 ‘반한류’ 움직임이 아시아 각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각국의 외교라인까지 동원돼 일방적인 한류 바람에 무역 제재 등 강도 높은 조치로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90년대 중반 우리 가수들의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쉼 없이 확장일로를 걸었던 한류 열풍에 빨간 신호등이 켜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한류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걸 반증하는 것”으로 애써 외면하기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자칫 애써 일궈놓은 아시아 문화콘텐츠 강국 경쟁력이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10년간 일방적인 문화 수출로만 보였던 한류 열풍이 이제는 ‘현지화 전략’을 필두로 상호 교류가 확대돼야만 각국의 거센 역풍을 막아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한류, 통상 마찰로 비화되나=올 초까지만 해도 ‘한류 역풍’은 편견에 사로잡힌 극소수의 대중들에게만 국한된 모습이였다. 지난 7월 일본에서 출간된 만화 ‘혐한류’를 비롯한 일부 책들이 우리 문화에 대해 극도로 왜곡된 모습만을 보여줬지만 자국에서도 거의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조직적으로 불고 있는 이른바 ‘반한류’는 이제 정부 차원에서 통상 압력으로까지 불거지며 외교적 문제로 불거질 조짐을 보인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한류 열풍이 활발한 아시아 국가에 우리 무역수지 흑자폭의 대부분을 기대고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이 무역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로선 적잖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액 175억 2,900만달러 가운데 대중국 흑자액은 171억 7,700만달러로 무려 97%. 동남아 한류열풍의 중심지인 베트남의 경우 지난해 6억 7,300만달러어치를 수입했지만, 우리는 무려 32억 5,600만달러어치의 상품을 팔아 25억 8,200만달러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최근 베트남 정부 고위당국자는 “한국 드라마는 매일같이 베트남에서 방영되고 있지만 베트남 프로그램은 한국TV에 전혀 소개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베트남 내에서 한국 TV프로그램의 방영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당국자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한국 방송 프로그램의 방영 중단 조치뿐 아니라 다른 한국산 공산품에 대한 무역제재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의사까지도 내비쳤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대장금’ 열풍이 불고 있는 중국은 한국을 직접적으로 겨냥해 ‘외국 드라마 쿼터’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중국 TV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광전총국은 현재 하루에 방영하는 드라마 프로그램 중 외국물은 25% 이내로,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는 어떤 수입 드라마도 방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록 중국과의 방송 프로그램 교류가 여타 동남아 국가에 비해 활발하긴 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한류 열풍에 비할 바가 못 되는 게 사실. 또 최근 ‘김치 파동’으로 촉발된 양국간 무역 분쟁과 역사 왜곡 등으로 촉발된 민족적 감정은 언제라도 문화 콘텐츠 수출에 악영향으로 돌아올 뇌관으로 변할 수 있다. ‘대장금’을 수출한 MBC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 특성상 정부의 반응이 즉각 대중의 정서와 연결될 여지가 많다”며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문화 콘텐츠 교류에 제동을 걸 경우, 국내에서 손을 쓸 도리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호교류 확대 필요성 절실=아시아 각국에서 ‘반한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그 교류의 일방성에서 찾을 수 있다. 양국간의 문화 교류가 아닌, 한국 대중문화의 일방적 수출만이 있는 현실은 언제라도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여지가 있다. 문제는 우리와 아시아 각국과의 문화콘텐츠 경쟁력의 차이. 중국의 일부 무협물 정도를 제외하면 여타 국가의 방송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은 흥행성 문제가 당장의 암초로 작용한다. 아시아 각국이 아무리 우리 정부에 문화교류 불균형 현상을 지적해도 문화교류의 주도권이 민간에 있는 현실에서 우리 정부가 각 영화사나 방송사에 이들 국가의 콘텐츠의 수입을 강요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결국 해결방안은 “더 이상 현지에서 돈만 벌고 오겠다는 생각으로는 곤란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된다. 동남아 등에서 콘텐츠 수입을 강요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일단 우리의 문화 수출이 그 나라에서도 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시장 환경에 따라 문화수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것. 우리가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현지 인력들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줌으로써 각국의 문화가 한류와 결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조직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한류 콘텐츠를 공급해 한류열풍의 거부감 자체를 누그러뜨리는 게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지금처럼 한편씩 판권을 넘겨주는 형식으로는 이윤도 적을 뿐더러 해외 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체험할 수도 없다. 지금처럼 전방위적 압력에 휩싸일 경우, 문화 수출 자체가 가로막힐 여지도 얼마든지 있다. 문화 콘텐츠를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지상파 방송사와 대기업 영화사를 위시해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소개하는 이른바 ‘직접배급’ 형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철저한 ‘현지화 전략’만이 지금의 한류를 ‘지속가능성’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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