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DMZ 생태·평화관광지대로

김성훈<상지대학교 총장·우리민족서로돕기 공동대표>

지난 1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광복 60주년 8ㆍ15를 기해 제1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금강산에서 갖기로 했다. 이제 금강산은 평화와 인도주의 ‘광장’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98년 11월18일 남측 관광객을 태운 ‘금강호’가 첫 출항을 시작한 이래 6월7일 금강산 관광객의 연인원 수가 어느덧 100만명을 돌파했을 정도이다. 금강산 평화관광은 그동안 남북간에 쌓인 적대관계와 이질화 과정을 녹여내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99년 6월 서해 북방한계선에서 군사충돌이 일어나 북한함정 한척이 침몰되고 북측에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에도 3,000여명의 남측 관광객들이 평화롭게 금강산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남북관계의 악화 여부가 전혀 금강산 관광행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다. 3년 후 2002년 6월, 다시 꽃게잡이 분쟁으로 제2차 서해교전이 발생해 이번에는 우리 측에 사상자가 발생하고 함정이 크게 피해를 입었음에도 여전히 금강산 관광은 계속됐다.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금강산에서 이미 수차례 계속됐다. 이 같은 일련의 실체적 사실에서 금강산은 세계만방에 ‘평화관광’의 이미지를 확고히 굳혀줬다. 다른 한편 한반도 총면적의 25분의1을 차지하는 비무장지대(DMZ) 및 민통선 지구는 세계에 유례가 드문, 그리고 동북아시아에서는 유일한 자연생태 보존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날로 지구 생태계가 파괴되고 종(種)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는 현세기에 세계만방이 부러워해 마지않는 각종 희귀식물ㆍ야생동물ㆍ곤충류ㆍ파충류ㆍ양서류ㆍ물고기 등의 보물창고가 바로 DMZ인 것이다. 과거 60여년 가까이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남북간의 공동 완충지대는 남북 2㎞의 폭으로 907㎢가 국제법상의 통제지역이다. 남쪽 군사분계선(MDL)의 5~20㎞ 내외의 이른바 민간통제선을 포함할 경우 총면적은 1,528㎢나 된다. 동북아시아에서 이 같은 자연생태계 보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현재 세계 각국의 관심사항의 하나는 남북한이 장차 어떻게 한반도의 동ㆍ서 248㎞(155마일)에 달하는 이 생태계의 보고(寶庫)를 모범적인 평화관광 루트로 관리ㆍ발전시킬 것이냐다. 특히 DMZ의 남북 양쪽 지역은 더 큰 면적의 민통선으로 묶여 있어 이에 연한 철원ㆍ화천ㆍ고성 등 접경지역과 금강산ㆍ설악산 관광지대를 여하히 한데 묶어 생태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는 국제자유ㆍ생태ㆍ관광지대로 승화시킬 것인지가 범세계적 중요 관심사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 DMZ 지구의 동해안쪽 북쪽은 금강산, 그리고 남방지역은 설악산 지구로써 동해안 벨트의 절경과 연계돼 천하제일의 순환형 천연관광지대를 형성한다. DMZ 지대를 주축으로 하는 이 광역관광권은 천혜의 자연자원과 국제 정치적 함축으로 인해 그 생태적 보전효과와 평화증진 효과를 분리해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긴밀한 상호보완성을 가지고 있다. 이 지역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민간인의 출입에 대한 적절한 통제도 용이하기 때문에 장차 남북한이 합작해 금강산ㆍDMZㆍ설악산을 한데 엮어 생태평화관광지대로 공동관리할 경우 입국사증면제(No Visa)지구로도 지정할 수 있다. 금강산이나 설악산, 모두가 각기 평양ㆍ서울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민통선이라는 특수지대가 완충지대 역할을 해줘 관광객 출입관리가 비교적 쉽다. 그리하여 계획단계부터 자연생태계 보호장치를 철저히 강구하면 세계적 공통 자연자산으로 남북한이 공히 혜택을 보면서 생태자원을 잘 보전해나갈 수 있다. 이 제안은 일찍이 우리 측 전문가팀(김수근ㆍ김성훈, 『금강산ㆍ설악산 지역 관광구상), 건설부, 1972)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73년 양측 정부간에 논의된 바 있다. 금강산 평화관광개발계획의 효시라 할 수 있다. 금강산과 설악산, 그리고 DMZ 지구를 포괄한 광역 생태관광지대화계획은 그것이 갖고 있는 정치외교적 통일 지향의 함축은 물론 국토의 생태보전 관리효과가 막대할 뿐만 아니라 생태ㆍ문화면의 교류 및 경제합작 증진으로 남북한 상호신뢰 회복의 필요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런 의미에서 DMZㆍ금강산의 남북 공동발전계획은 관련 국가들의 참여하에 생태평화지역으로 가꿔나간다면 동북아와 세계평화 증진에 큰 의미를 갖는다. 600여리에 걸쳐있는 DMZ상의 몇개 지점에서 남북 주민들끼리 장터를 열고 서로 교류ㆍ협력하면서 금강산과 DMZ와 설악산을 공동으로 보전ㆍ활용하는 일이 남북 쌍무간의 협력방식으로 먼저 시작해 다자간의 협력사업으로 발전될 날을 손꼽아보자. 그래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시급하고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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