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돈벌이 구조는 간단하다.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받거나 송금ㆍ이체 수수료 같은 비이자 부문에서 돈을 번다. 이자와 비이자 이익 비중이 적정한 수준에서 정해져야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비이자 이익 비중이 크게 줄고 있다. 저금리ㆍ저성장에 전체적인 이익규모가 줄어드는데다 경제민주화 요구로 각종 수수료를 낮췄기 때문이다. 이익구조가 나빠지는 것인데 금융감독 당국도 마땅한 대책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이자 이익 비중 8%=금융감독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1일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비이자 이익 비중이 15~16%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이것이 8%로 떨어졌다"며 "이익구조가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금감원은 은행들에 수수료 수익을 높여 비이자 이익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속 높이도록 지도해왔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전통적으로 이자놀이를 통해 돈을 벌어왔다. 해외 선진은행들의 경우 비이자 이익 비중이 50%를 넘는 곳도 있다. 그만큼 돈을 벌 수 있는 분야가 다변화돼 있다.
비이자 이익 비중이 낮아졌다는 것은 반대로 이자이익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사회요구 탓이 크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은 각종 수수료를 낮췄다.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은 송금과 기업금융 수수료 등을 낮춰 지난해에만 약 2,000억원 가까운 이익이 줄었다.
비이자 이익 비중 감소는 전체적인 순익이 줄어드는 상황이라 뼈아프다. 지난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9조원으로 전년 대비 23.2%나 감소했다. 올해 1ㆍ4분기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의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60~70%까지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예대마진을 높일 수밖에 없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0%대로 유지하면서 위험도가 높은 중소기업 대출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순이익을 내 내부유보를 해야 한다. 비이자 이익이 줄면 결국은 대출금리를 더 받아야 한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말이다. 유상증자를 할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은행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주주들이 증자를 외면하거나 아예 떠날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출금리도 낮추라고 하면서 수수료도 받지 말라고 하니 은행 입장에서는 돈을 벌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비이자 이익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영업방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답답하다"고 했다.
◇당국도 하늘만 쳐다봐=금융감독 당국도 이런 문제점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금감원의 고위관계자는 "은행들이 비이자 이익 비중을 높여야 하지만 수수료 인하 같은 각종 사회요구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며 "지금으로서는 경기가 좋아지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 답답해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비용감축 노력밖에 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익의 구조가 나빠지고 규모도 줄어들기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 같은 비용감축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