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빠져나갈 돈은 모두 나갔는데 뒤늦게 무슨 대책입니까.’
정부가 해외 부동산을 포함한 개인 해외투자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사후약방문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일 “내국인들의 해외투자를 활성화 시키겠다”며 “투자 활성화는 리얼섹터(주택 등 부동산) 쪽에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동수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도 “해외에서 2년 이상 체류 목적으로 나가고 있는 개인들이 주택가격 30만달러짜리까지만 매입할 수 있는데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진 정책이라서 현실적인 여건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제도변경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빠져나갈 돈은 모두 나갔는데 지금 와서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지난 한해 동안 국내 거주자들이 미국ㆍ캐나다ㆍ중국 등 해외 부동산을 상당수 취득했지만 해외에서 부동산을 구입했다고 한국은행에 신고한 건수는 한건도 없다.
지난해뿐 아니라 지난 98년 4월1일 외국환거래법이 시행된 후 국내 거주자의 해외 부동산 구입신고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는 국내 거주자가 해외 부동산을 구입하는 데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었다. 국내외를 오가며 사업을 하는 사업자나 유학생 부모의 경우 직접 거주할 형편이 못돼 정당한 방법으로 부동산을 구입할 길이 없었다.
정부가 정당한 해외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 같은 제한을 푸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방법에 있어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직접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개인이 져야 하는 문제점을 해결해줘야 한다. 외국인들의 경우 개인들이 펀드 등을 통해 간접투자방식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개인이 직접 사는 바람에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해외부동산 투자규제 완화가 당초의 취지인 투자보다는 재산세 도피 등 투기로 이용되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변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취지는 좋지만 현 주택매입제한금액인 30만달러가 적은 금액인지는 모르겠다”며 “해외 부동산 투자 규제를 일시에 풀어줌으로써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