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인플레 오더라도 뜨는 업종 있다




『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들먹거리자 '인플레이션'이라는 화두가 증시에 던져졌다. 아직은 물가 상승률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인플레를 크게 우려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현 단계를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사이에 놓여있는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심한 인플레이션까지는 이르지 않은 상태) 국면으로 진단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국제유가와 금값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데다 국내외 기준금리 역시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더욱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조차 인플레에 대비할 것으로 주문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인식된다. 물가가 오르면 기업의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가가 오른다고 모든 종목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물가상승 국면에서도 시장수익률을 웃도는 업종은 분명 존재했다. 인플레이션이 찾아오더라도 투자자들이 마냥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되는 이유다. 지난 1999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및 경기회복에 따른 원유 수요급증으로 국제유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3월 초까지만 해도 배럴당 12달러에 불과했지만 6월말 20달러에 육박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는 물가상승 압력에 대응해 '금리 인상'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3월 초부터 금리인상 직전까지 약 4개월 동안 IT하드웨어, 장비, 소재, 에너지, 자본재업종 등의 상승률은 시장수익률보다 10%포인트나 웃돌았다. FRB가 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 2004년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물가상승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3월 말부터 기준금리 인상 직전인 6월말까지의 업종별 수익률을 보면 자동차부품, 운송, 자본재, 에너지업종 등이 강세를 보였다. 결국 문제는 선택이다. 어떤 업종을 고르느냐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즐겁게 맞이할 수도 있고 우울하게 마주칠 수도 있다. 』 ● "리플레 국면선 소재·에너지株 유망"
물가 급등하면 증시에 악재지만 자산株등은 상대적으로 유리
상품 투자하려면 원자재펀드로… 물가연동국채·DLS도 눈여겨볼만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달 8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회의에서 “경기회복 후에 나타나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이야말로 진짜 위협”이라며 “세계 각국은 위기 후의 모습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짙게 묻어있다. 국내 사정도 비슷하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아직은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최근 국제 원자재값 상승으로 물가 상황이 조금 안 좋아졌다”고 밝혔다. 결국 당장은 경제안정을 해칠 정도의 인플레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물가가 들먹일 가능성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인플레이션 우려 고개 들어=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인플레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크게 우려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생산자 물가나 소비자 물가가 아직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 상승해 지난 2007년 9월 2.3% 이후 20개월 만에 2%대로 낮아졌다. 또 5월 생산자물가는 전월보다 0.8% 내려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런 지표에서 알 수 있듯 아직은 인플레이션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은 시장에 잠재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다. 실제로 시장 곳곳에서는 인플레이션의 전조단계로 의심할 만한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보다 0.01%포인트 오른 연 4.03%를 기록하며 이틀 연속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4~5월만 해도 3.6~3.8% 수준에 머물렀던 것에 비춰보면 가파른 상승세다. 여기에 국제유가, 금값 등 상품가격도 계속 상승커브를 그리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할 때 지금은 경기가 바닥을 막 지나면서 출현하는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심한 인플레이션까지는 이르지 않은 상태) 단계라고 진단한다. 그래서 주식 투자자들도 현 시점에서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바탕으로 투자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되는 지표를 보면 오히려 디플레이션에 가까운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전조로 의심할만한 신호도 목격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서는 이를 감안한 전략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물가 가파르게 오르면 증시에 악재로 작용=인플레이션이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인플레이션이 꼭 증시에 악재로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인플레’라는 단어에 지레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물가 상승 속도다. 완만한 물가상승은 경제의 건강함을 증명하며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물가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정책을 쓸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긴축정책은 유동성 위축을 가져와 주식시장의 수급 안정을 저해한다. 물가가 안정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오르게 되면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시장도 안정적으로 상승하지만 과도한 물가상승은 자산가치의 왜곡을 불러 일으켜 시장을 헤친다. 그러나 투자자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따로 있다. 인플레이션 정도가 완만하건 가파르건 간에 일부 업종 및 투자상품은 시장평균치를 웃도는 수익을 낸다는 점이다. ◇소재ㆍ에너지주 및 자산주가 유리=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인플레이션 전 단계, 즉 리플레이션 단계에서는 주식과 상품에 주목해야 한다고 권유한다. 특히 철강ㆍ금속ㆍ건축자재 등과 같은 소재나 에너지업종에 관심을 갖는 게 좋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리플레이션 국면에서 중립적인 통화정책이 시행됐을 경우 소재와 에너지업종은 시장 대비 높은 초과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업종의 경우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 ▦수요 회복세에 따른 수혜 등도 기대된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재ㆍ에너지업종은 높은 가격 전가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격인상을 통해 비용압력을 피할 수 있고, 정부가 추진해 온 경기부양책이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게 될 경우 수요확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 시기의 유망 종목으로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마별로는 자산주가 관심 대상이다. 자산주 테마는 지난 1993년 이후 총 네 차례에 걸쳐 등장했다. 지난 2006년의 경우 ▦유가급등 ▦원화절상 ▦부동산 가격상승 등과 맞물리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당시 부각됐던 종목들은 공통적으로 현금 및 우량 자회사, 부동산 등을 보유해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동양고속 ▦화승인더스트리 ▦한섬 ▦무림페이퍼 ▦삼정펄프 등 5개 종목을 저평가 자산주로 제시했다. ◇상품투자는 원자재펀드로=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상품 투자도 바람직한 재산증식 수단으로 꼽힌다. 인플레이션은 보통 상품가격 랠리를 동반한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이 상품시장에 참여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게 원자재펀드, 물가연동국채, DLS(파생결합증권) 등이다. 원자재펀드는 보통 ▦원자재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원자재 관련 인덱스를 추종하는 펀드 ▦파생형 펀드 등 세가지로 나뉜다. 전문가들은 원자재가격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주식투자 유형의 원자재펀드, 주식시장과의 분산투자 효과를 누리려는 투자자는 파생형펀드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유했다. 윤청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효과 ▦중국 경기회복 ▦달러약세 기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등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요인이 있는 만큼 투자자별로 자신의 성향에 맞는 펀드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곡물, 금, 국제유가 등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DLS도 상품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를 노릴 수 있다. DLS는 수익구조와 발행형태가 ELS(주가연계증권)와 동일하다. 특히 모집기간이 짧은 만큼 관심 있는 투자자들은 증권사별 DLS 출시동향을 수시로 체크 해야 한다. 물가연동국채는 국채의 원금 및 이자지급액을 물가에 연동시켜 국채에 투자할 때 발생하는 물가변동 위험을 없앤 상품을 말한다. 구조를 보면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연동해 3개월마다 채권의 원금이 바뀌고 6개월마다 이자가 지급되는데 급격한 물가하락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원금과 이자는 꾸준히 증가해 인플레이션 수혜를 누릴 수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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