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4월21일] <1375> 푸지오 동전


1787년 4월21일, 신생 미국의 대륙회의에서 동전 발행을 의결했다. 연방 최초의 동전 발행 목적은 전황(錢荒), 즉 동전 부족을 타개하기 위함이다. 독립전쟁을 전후해 대륙회의는 물론 13개 주가 화폐를 남발했음에도 동전이 부족했던 이유는 두 가지. 함량이 떨어지거나 위조동전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소액권 부족에 따른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불편과 불만을 해소하자는 뜻은 좋았으나 막상 동전 주조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주조권을 따내기 위해 뇌물이 오가고 신형 주조기 도입을 위해 증기기관 제작자인 제임스 와트를 후원한 매튜 볼턴과도 접촉했으나 초기 주조량은 50만여개를 밑돌았다. 독립전쟁 당시 프랑스가 대포 제작용으로 지원한 300톤의 구리를 전용해 동전으로 만들겠다던 계획과 달리 연방 동전 주조에 투입된 구리는 불과 4톤. 나머지는 업자들의 손을 거쳐 각 주가 찍어내는 동전 주조에 쓰였다. 당시에도 인기가 없었던 이 동전은 발행 222주년을 맞은 오늘날에도 200달러(발행가치 50센트) 안팎에 거래되고 있을 뿐이다. 발행량도 적고 소장가치도 크지 않지만 이 동전은 화폐사의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디자인 때문이다. 태양과 해시계가 그려진 앞면에는 라틴어 ‘FUSIO’와 영어 ‘Mind your business’가 새겨져 있다. 각각 ‘시간이 날아간다’와 ‘당신 일에 신경 쓰라’는 뜻이다. 문구를 결정한 인물이 ‘시간은 금’이라고 말했던 벤저민 프랭클린이라는 점에서 ‘시간을 아껴 열심히 일하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뒷면에 새겨진 부조는 서로 이어진 원형고리 13개와 ‘We are one(우리는 하나)’라는 문구. 신생국가의 단합과 노동의 중요함이 담긴 셈이다. 작금의 위기를 벗어날 해법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단합과 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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