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은 우변에 쳐들어온 백의 게릴라를 살려주어도 흑이 불리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곳의 백이 사는 과정에서 흑의 외세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 뻔하고 그 외세로 중원의 백을 공략하면 우변을 내준 보상은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우변을 백에게 내주는 순간 바둑은 흑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형세로 굳어졌다. 박영훈이 백6으로 우변을 확실하게 살리자 이세돌은 5분쯤 형세를 살폈다. 그 사이에 검토실에서는 재미있는 가상도 하나가 그려지고 있었다. 참고도1의 흑1로 공격하여 흑5까지로 백대마를 괴롭히는 그림이었다. 만약 정말로 이렇게 진행된다면 백이 여기서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백2로 A에 반격하는 수단이 있으므로 흑도 모험이라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흑19로 몰아 패가 났는데 백22가 안성맞춤의 팻감이 되었다. "패가 나서는 흑의 실패작 같습니다."(백대현) 흑23으로 참고도2의 흑1에 따내어 패를 해결하고 싶지만 그 코스는 흑에게 희망이 없다. 흑3의 후수 연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백4면 우변의 흑대마 전체가 미생이므로 흑5로 잡지 않을 수 없는데 그때 백6으로 우변을 접수하면 백이 많이 이기는 바둑이다. 고민 끝에 이세돌은 흑23으로 우하귀를 지키는 쪽을 선택했지만 백24(16의 자리)가 선수로 두어지고 계속해서 백26으로 흑 4점이 잡혀서는 흑의 출혈이 너무도 커보인다.(21…7. 24…16)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박영훈이 신났구나."(서봉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