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새 정부 부양카드 '만지작'

경기 하강기미…총선 민심은 잡아야겠고…<br>MB·강만수 장관 내정자 "내수 살려야" 한목소리<br>예산 조기 집행등 동원가능 수단은 마땅찮아<br>전문가 "효과 기대어렵고 인플레만 초래" 부정적


출범이 임박한 이명박 정부에서 경기부양을 시사하는 발언이 잇달아 새어 나오고 있다. 소비가 둔화되고 고용사정도 악화되는 등 미국발 경기둔화의 조짐이 곳곳에서 드러나기 시작한데다 총선을 앞둔 정치적 판단까지 더해 ‘내수 살리기’가 새 정부의 화두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정정책을 비롯한 인위적인 부양카드를 집어 들기보다는 한은의 통화정책 판단과 투자여건 개선에 의존하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7일 국정운용 합동워크숍에서 “경제도 살리지만 내수도 살려야 한다”는 말로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날로 불투명해지는 경제 여건과 서민들의 체감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듯하다. 차기 정부 경제정책의 구심점이 될 강만수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도 곧바로 뒤를 받쳤다. 강 내정자는 “MB노믹스의 차질 없는 실천에 역점을 두겠다”며 “단기적으로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ㆍ소비 등 내수확충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정책 운용방침을 밝혔다. 중ㆍ장기적인 규제완화 등의 방침과 함께 새 정부가 정권 초기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가 이처럼 단기적인 내수 살리기에 눈길을 돌리는 것은 출범 첫해 경제에 드리운 악재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경제를 지탱했던 수출 경기는 미국발 글로벌 경기둔화 때문에 나빠지는 것이 시간문제다. 국제 원자재가 폭등으로 물가상승률이 4%에 육박하자 소비 등 내수경기에는 벌써 하강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4%대, 심지어 3%대의 저성장 시나리오가 제기돼 새 정부에 ‘경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표심과 직결되는 ‘민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과연 차기 정부가 쓸 수 있는 경기부양 카드가 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반응이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금 정부가 쓸 수 있는 경기부양 카드는 없어 보인다”며 “아직은 내수지표가 뚜렷하게 악화되지 않은 만큼 2월 지표까지 확인해서 실물경제 악화가 가시화되면 한은이 금리인하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로 경기를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문건 시정개발연구원장은 “물가 부담이 큰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서려다 자칫 물가상승 등 부작용만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입장에서 정권 초에 손쉽게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예산 조기 집행이다. 하지만 조삼모사식 재정 투입에서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올해는 경기가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보일 전망이어서 재정집행을 상반기로 몰아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상반기 재정집행률을 52%로 잡은 것도 그 때문이다. 정부 예산을 10% 절감해서 절약된 예산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한다는 새 정부의 계획 역시 쉽지 만은 않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ㆍ사회개발연구부장은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은 시차 등을 감안할 때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기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으로 조절하고, 정부 차원에서는 법인세나 소득세율을 인하하는 정도가 무리 없는 방책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 원장도 “지금은 단기적인 경기부양 방안인 금리인하와 재정정책은 쉽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경제 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지금은 규제 완화와 세금부담 감면 등의 정공법으로 대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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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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