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참여정부 100일 무엇이 달라졌나] ① ‘脫권위’ 전환기, ‘익숙한 것’과의 결별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 비서관이 물었다. “예전 대통령들에 비해 고개를 자주, 그리고 많이 숙이십니다. 너무 권위가 없게 보이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100명이 모인 가운데 한 번만 고개를 숙여도 제가 99번의 인사를 더 받는 셈입니다. 진정한 권위는 권력이나 힘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겸손함에서 비롯됩니다.” 노 대통령의 답변이었다. 참여정부 100일은 노 대통령의 이같은 생각이 국정 전반에 걸쳐 `탈권위` 형태로 표출된 `창조적 파괴`의 시기였다. 대통령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던 절대권력자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빈자리에는 격의 없는 서민대통령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통령이 탄 차량이 교통신호를 지키려고 멈춰서는가 하면 대통령과 영부인이 직원들과 함께 배식을 기다린다. 두 손을 맞잡고 청와대를 산책하는 대통령 내외의 모습이 이제는 너무도 자연스럽다. 변화는 비단 개인적인 스타일에 멈추지 않는다. 국정시스템 곳곳에 이같은 탈권위의 흐름이 스며들고 있다. 지난 4월 8일 국무회의장. 노 대통령의 국무회의 공개운영 제안에 대한 국무위원들간의 활발한 토론이 진행됐다. 결론은 `공개 유보`. 공개 취지는 공감하나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의 업무처리나 토론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하는 발언도 많았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국무위원 여러분의 결의가 서야 (공개가) 가능한데, 여러분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며 깨끗이 물러섰다. 과거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곧바로 무소불위의 위력을 발휘하던 것과 비교하면 혁신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정부 부처의 경우 조직과 사람 중심으로 일을 만들던 관행에서 탈피해 일 중심으로 정책성과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업무풍토에 새 바람이 일고 있다. 물론 탈권위적인 국정운영이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탈권위에 익숙치 않은 국민들은 대통령의 행보에 불안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또 `분권과 자율`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태를 가져오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상`이 급격히 소멸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환기적 현상이자 사회적 통과의례이다. 참여정부가 구축하려는 국정운영 시스템은 이제야 레일을 깔았을 뿐이다. `탈권위`에 기반한 국정운영 시스템이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도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

관련기사



임웅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