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제도가 걸어온 길은 정부와 재계간 견제와 마찰의 역사다. 지 난 87년 4월 처음 도입된 이래 적용대상이나 출자한도액을 놓고 정부와 재 계의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이어져 왔다. 가장 큰 쟁점은 출자한도액 비율. 지난 95년 4월 이전까지는 출자한도액은 순자산의 40%이하 였으나 3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98년 3월말까지는 25%이하로 낮추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8년 2월 정부는 이 제도를 철폐했다. 적대적 인수합병이 허용되면서 출자총액제한제도가 국내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방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부와 재계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어오다 지난 2001년 4월 자산총액기준 30대 대규모기업집단을 기준으로 이 제도를 부활시켰다. 하지만 재벌측이 다시 완화를 요청하자 2002년 4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적용대상을 ‘30대 기업집단’에서 ‘자산관리 6조원 이상 기업집단’으로 변경시켰다. 정부와 재계가 공정거래로드맵을 만든 것도 이 무렵이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변하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재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것. 최근 전경련 현명관 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은 출자총액제한제도가 기업의 투자나 출자를 막고 있다며 이를폐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내부에서도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또는 완화 논의가 일고 있다. 재경부, 산자부 등도 이에 어느 정도 공감, 예외조항을 늘리는 방안으로 개선책을 논의 중이다. 반면 공정거 래위원회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실질적으로 기업의 투자를 막는 일은 없다 며 이를 고수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현상경기자 h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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