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여성근로자 차별대우 여전

임금 남성의 62%불과 임시직전환강요 다반사"여자라는 것이 무슨 큰 죄라도 됩니까. 회사를 위해 10여년을 열심히 일해 왔는데 갑자기 그만두라니요. 구조조정은 왜 항상 여자가 우선인가요."(부천 여성노동자회협의회 회원) 최근 여성부가 출범하고 출산휴가를 늘리는 등 여성근로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모성보호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으나 아직 근로현장의 여성은 퇴사압력과 저임금, 임시직 강요 등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결혼이나 출산은 곧 퇴직이라는 전통적 수법에서 요즘은 비정규직 전환 압력까지 더해져 근로여성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정규직 여성의 평균 임금은 아직 남성의 62% 수준인 월 117만원 정도에 머무르고 있고 비정규직의 경우는 월 평균 72만원으로 법정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신분보장이 법으로 명시돼 있는 공무원 사회마저도 여성공무원의 조기퇴직률이 남성의 2배에 달해 중앙정부의 5급 이상 중 여성공무원은 고작 4%대에 그쳐 '국가적 인력낭비'라는 지적이다. ◇임시직 전환 강요 늘어=6년간 성실히 회사생활을 해온 장모(28ㆍ여)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얼마 전 회사가 갑자기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부서를 없앤다며 퇴직 후 임시직으로 일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장씨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같은 부서 남자 직원들은 다른 지사로 파견을 보내 계속 정규직으로 남아 있게 한다는 것. 이를 반영하듯 민주노총에 따르면 비정규직 여성은 전체 여성근로자의 70%에 달하고 이들 평균 월급은 76만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 ◇결혼ㆍ출산 후 퇴사 압력 여전=한 손해사정회사에서 14년을 근무한 허모(32ㆍ여)씨는 출산 예정일을 2개월여 앞두고 회사 간부로부터 '고객들이 아줌마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퇴사 압력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허씨는 "아이를 낳는 것도 죄가 되냐"며 "여자로 태어난 것이 이렇게 서러울 때가 없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의 '평등의 전화'에 접수되는 직장여성 성차별 피해사례의 경우, 지난 99년 63건에서 지난해 136건으로 크게 늘어났으며 올해는 벌써 50건을 넘어섰다. ◇여성공무원 조기퇴직 남성의 2배=남녀평등 때문에 여성들이 선호한다는 공무원사회도 정작 여성에게는 그리 녹록하지 않다. 25일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퇴직 여성공무원의 63%가 40세 이전에 조기 퇴직을 선택했다. 96년부터 올 3월까지 퇴직한 여성공무원은 총 6만3,540명으로 연령별 퇴직현황을 보면 20대에 2만8,200명, 30대에 1만1,700명을 차지, 40세 이전에 직장을 그만둔 경우가 3만9,900명에 달했다. 이는 남성공무원의 경우 70% 이상(16만308명)이 40대 이후에 퇴직하는 것과 비교하면 여성공무원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것이다. 이에 따라 5급 이상 여성공무원은 총 660명(전체 4.4%)으로 결국 여성공무원들도 남녀평등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명숙 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 사무국장은 "모성보호법 등의 확대를 통해 여성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사업장에서 얼마나 실현될지는 의문"이라며 "여성인력의 활용은 법ㆍ제도의 정비와 함께 사회적 인식 전환이 열쇠"라고 말했다. 한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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