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금융기관도 꼼꼼히 따져보고 거래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종전에는 가까와서 편하거나 이자를 많이 주는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것이 보통이었다.그러나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기관도 망할 수 있다」 는 선례가 이미 세워졌다. 그저 믿고 퇴출은행을 거래했던 고객들은 지금도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을 고르는 시각이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문제는 어느 곳이 우량 금융기관이냐는 것. 물론 정기 회계감사보고서를 보고 판단하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비전문가들에게는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게다가 중요한 경영정보를 구하기 어려운 일반고객들로서는 난감하다.
다음과 같은 몇가지 체크포인트를 정해두고 금융기관을 살펴보면 윤곽을 잡을 수 있다. 경제신문을 꼼꼼이 읽는 것도 방법이다.
◇경영이 건전한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따져봐야 한다. BIS비율이 은행과 종금사는 8%, 금고는 4%를 넘으면 일단 경영이 건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이같은 기준에 미달이면 부실하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명령 등 시정조치를 받게 된다. BIS비율은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기준이 된다. BIS비율이 너무 낮아 도저히 목표수준에 도달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퇴출당하게 된다. 각 금융기관별 BIS비율은 수시로 경제신문에 상세하게 보도된다.
◇이익을 많이 내는가= 이익을 많이 내야 우량 금융기관 축에 들 수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이익이 곧 예금주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익이 많으면 주주에게 배당한 뒤 사내 유보금을 쌓을 수 있다. 나중에 부실이 생기면 이 돈으로 메울 수도 있다. 이익을 많이 낼수록 경영기반이 튼튼해지기 때문에 예금주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은행의 경우 당기순이익은 각 지점에 비치돼있는 경영공시자료를 들춰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당기순이익은 연말 및 6월말 기준으로 1년에 두번 발표된다.
◇부실이 얼마나 되는가= 대출을 해주고 떼이거나 원리금을 제대로 못 받으면 경영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부실 금융기관도 정부 지원으로 그럭저럭 영업을 했으나 지금은 일정한 선을 넘으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게 된다. 따라서 부실규모를 살펴보면 그 금융기관의 경영상태가 장래 어떻게 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부실규모는 분기별로 금융감독원이 공식 발표하므로 신문을 통해 알 수 있다.
◇생산성이 높은가= 소수정예 조직이 많은 이익을 내면 생산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직원은 많은데 이익이 적다면 경영이 비효율적이라는 뜻이다. 은행의 생산성 지표로는 당기순이익을 은행원 수로 나눈 금액이 주로 사용된다. 【한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