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부문 빅딜이 갈수록 꼬이고있다.6개월이상 협상을 벌여온 한화에너지의 채권금융기관이나 현대정유는 지금 『단순한 인수합병(M&A)을 왜 지난해 8월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에 포함시켰는지 모르겠다』며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빅딜이란 형식에 얽매여 어느 쪽도 유연하게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얘기다.
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정유가 한화에너지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인 빅딜이 한화에너지의 발전부문 인수를 둘러싸고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정유는 한화에너지의 정유부문만 인수하고 발전부문은 가져올 수 없으며 금융권의 지원은 당초 약속대로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채권금융단은 정유와 발전부문의 동시인수가 바람직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금융지원을 절반수준으로 줄일 방침이다. 접점을 찾기가 쉽지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현대정유는 통상적인 M&A라면 상대방의 조건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텐데 지금은 「빅딜」이라는 족쇄에 묶여 인수대상부터 합의하기 쉽지않다고 푸념하고 있다. 나머지 6개 업종의 빅딜이 법인 신설 등 그야말로 「교환」의 성격을 띠고있는데 비해 정유는 단순한 M&A라는 설명이다.
빅딜에 유감을 갖기는 한화에너지의 채권금융단도 마찬가지다. 한빛은행등 채권금융기관들도 속으로는 현대정유가 한화에너지의 발전부문을 인수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있다. 현대정유가 무작정 설비투자를 계속하기엔 자금여력에 한계가 있고 발전부문에 대한 노하우를 전혀 갖고있지 않다는 처지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은 여전히 금융지원 축소를 고집하고있다. 채권은행 한 관계자는 『무작정 현대측의 요구룰 들어줄 수 없고 그렇다고 먼저 빅딜을 깨뜨렸다는 비난을 듣을 수도 없지않느냐』고 지금의 처지를 표현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정유의 한화에너지 인수가 「빅딜」이 아니었다면 채권금융단은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상대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쌍용정유가 M&A시장에 나와 새로운 주인을 찾고는걸 누가 빅딜이라고 하느냐』고 말했다.
현대정유도, 한화에너지의 채권금융기관들도 「빅딜」이란 굴레를 무척 불편해하고있다. 아니 그보다는 「빅딜은 반드시 성사돼야한다」는 신화가 더 부담스럽다. 【손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