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

"기업결합 심사원칙 일관성 유지할것"<br>독점 지배력 최소화 하되 글로벌 기준도 무시해선 안돼<br>금산분리 완화해도 금융자회사가 일반손자회사 보유 제외<br>미·유럽등 경쟁당국과 공조 확대, 국제카르텔 집중 감시도



백용호(52ㆍ사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국정감사 등 연일 지속된 강행군으로 한달 넘도록 지독한 독감을 앓고 있다. 하지만 백 위원장은 한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 내내 특유의 명쾌함을 견지했다. 그의 대답은 명확하고 또렷했다. 논란이 이어져온 납품가연동제에 대해서는 “법 못지않게 (대ㆍ중소기업이) 서로의 중요성을 인식해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소신을 밝혔고 뜨거운 감자인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서도 “금융 자회사가 일반 손자회사를 보유하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백 위원장은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작업에서 중요한 심판자 역할이 될 것과 관련, “경쟁제한성 여부를 사전에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키코(KIKO)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공정위 차원에서도 할 일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정책 당국자의 한사람으로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지난 7월 키코 약관에 대해 심층적인 논의를 거쳐 불공정성이 없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대한민국 약관법 전문가들이 모였고 문제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하지만 (약관과 별개로) 키코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가 있다면 당연히 조사를 해야지요. 현재 금융감독 당국과 채널을 열어놓고 키코와 관련해 불공정 사례가 확보된 것이 있는지 관찰하고 있습니다. -키코와 관련해 직권조사에 들어간다고 보면 됩니까. ▦신고 전에 조사 나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제재를 하려면 증거를 확보해야 하고 증거를 찾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구체적 혐의가 인지될 경우 직권조사를 포함해 조사할 계획입니다. 신고가 공정위에 접수되지 않더라도 금융당국과 열어놓은 채널을 통해 (법 위반 정황이 포착되면) 조사에 나설 예정입니다. -금산분리 완화를 놓고 말들이 많습니다. 공정위 관련 법도 연관이 많이 돼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염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산분리 완화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나아가야 할 큰 틀에서 추진되는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만 금산분리 완화와는 별도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같은 규제와 감독은 보다 강화돼야 할 것입니다. 금융당국도 이 점에 대해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 금산분리가 완화되더라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융 자회사가 일반 손자회사를 보유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밝히고 싶습니다. -공정위 소관 법에 기업의 금융ㆍ보험사 의결권 제한이 있고 일반 지주회사에 대해 금융업 소유를 금지하는 법도 있는데요. 이 부분도 풀려야 되지 않을까요.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허용 여부는 우리 위원회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현재 15%로 돼 있는 기업의 금융ㆍ보험사 의결권 제한은 계속 유지할 계획입니다. 일부에서는 이것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15%룰은 공정한 시장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준칙(rule)입니다. -납품단가연동제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실 생각입니까.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를 담은 하도급법 개정안에 대해 입법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를 놓고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불만의 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어느 선에서 정책이 나와야 양쪽에서 수긍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통해 나온 것입니다. 물론 국회 통과라는 절차가 남아 있는데 (공정위 안대로 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시해볼 필요가 있고 최대한 실효성을 높여나가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할 생각입니다. -대ㆍ중소기업 관계정립은 정답을 찾기 어려운 사안이기도 합니다. ▦공정위 수장을 맡으면서 아쉬운 것은 정부ㆍ민간도 시장을 불신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이런 생각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알고, 중소기업도 대기업이 살아야 중소기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 자율적으로 협력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상생의 본보기로 거론되는 도요타의 문화도 법으로 조성된 것이 아닙니다. 도요타 스스로 생존을 위해 그렇게 한 것이지요. -하도급법 위반이나 가격담합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과징금이 적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카르텔의 경우 과징금 상한선이 관련 매출액의 5%였고 이것이 현재는 10%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문제는 실효 부과율입니다. 조사해보니 실효 부과율이 2.3%밖에 안 됩니다. 다른 나라보다 낮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실효 부과율을 더 올리려고 합니다. 기업이 수긍할 수 있도록 증거를 갖고 제재해나갈 것입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 기준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취임 이후 저의 정책 일관성을 한번 따져주었으면 합니다. 과거와 비유해 공정위 기업결합심사가 들쑥날쑥하다는 비판이 있는데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정부가 바뀌었으니 시각의 변화가 있는 것은 당연하고 제가 취임한 후에는 줄곧 일관성을 유지해왔습니다. (저의) 기업결합심사 기준을 말한다면 독점 지배력을 최소화해 피해를 예방해야 하지만 우리 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뛰는 것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바뀐 공정위 인수합병(M&A) 심사 기준이 대우조선해양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개별 건에 대해 미리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 취임 이후 유지해온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나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건의 경우 아직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지 않았으나 각각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경쟁제한성 여부를 사전에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무리하게 레버리지(외부차입)를 일으키는 것은 좋지 않고 국가경제적으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이 인수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 반독점법 시행에 따라 우리 기업의 피해가 예상됩니다. 벌써 사례도 나오고 있는데요. ▦중국 반독점법의 경우 우리 기업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중국의 상황이 유동적이지만 가능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는 (국내 기업 보호 등을 위해) 중국 경쟁 당국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현재 접촉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이 처음에는 당황하겠지만 잘 극복해나갈 것으로 봅니다. -국제 카르텔에 대해 조사를 강화한다고 하셨는데요. ▦현재 국제카르텔과를 신설하고 국내 시장에 피해를 주는 국제 카르텔을 집중 감시하고 있습니다. 국제 카르텔을 적발하기 위해 미국, 유럽연합(EU) 등 외국 경쟁 당국과의 공조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카르텔 조사는 보안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현재 사건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취임하신 지 7개월여가 흘렀습니다. 원칙이 있다면. ▦정책이라는 게 성공하는 데 최선의 정답은 없습니다. 단 차선을 최선으로 만들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정책의 일관성입니다. 그래야 시장이 신뢰합니다. 말이 많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분명한 원칙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는 게 시장의 혼란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차선일망정 갈등을 줄인다면 최선이 될 수 있습니다. ■공정위 소비자정책은
"소비자주권시대 앞장" 금융회사 투자위험 고지 의무화
어린이 식품 녹색표시제 도입등
공정위 하면 경제검찰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소비자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이기도 하다. 지난 2월부터 공정위는 여러 부처로 나눠진 소비자 관련 법과 정책 권한을 이관받았다. 최근 공정위는 소비자정책 총괄부처로 오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추진할 소비자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을 보면 당장 내년부터 금융회사들은 변액보험 같은 금융상품을 팔 때 그림이나 설명을 통해 투자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반드시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 '원금 손실 가능성 없음' '원금 손실 가능성 있음' 등을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고객에게 알리도록 의무화된다. 또 식품의 특정 성분이나 중고차의 품질,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성, 법률 서비스의 주요 내용 등에 대한 고지 의무도 강화된다. 예를 들어 전문 의약품은 사용설명서를 알기 쉽게 풀어 써야 하며 어린이나 노인 등이 많이 사용하는 의약품은 별도의 사용설명서를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 판매 상품에 대한 소비자 보호도 강화돼 농축산물 광고를 할 경우 원산지를 알려야 하며 단계적으로 다른 식품의 인터넷 광고로 확대될 예정이다. 과자ㆍ사탕ㆍ아이스크림 등 어린이 기호식품 중 유해색소가 없어 안전하거나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은 제품에는 녹색마크가 부여된다. 공정위는 이외에 허위ㆍ과장 광고 때 업체들이 공정위의 조치 이전에 자발적으로 바로잡고 손해배상 등을 할 수 있도록 표시광고법에 동의명령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은행 대출이나 제품 할부구입 때 기업들이 이자나 수수료 부담 등을 고객에게 자세히 알리도록 하는 소비자신용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진정한 소비자 주권은 소비자 스스로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백용호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소비자는 기업에 대해 끊임없이 평가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선택받은 기업이 성공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퇴출돼야 한다"며 "경쟁촉진의 최종은 소비자"라고 강조했다. ◇약력 ▦1956년 충남 보령 ▦1980년 중앙대 경제학과 ▦1985년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1993년 경실련 상임집행위 및 국제위원장 ▦1996년 여의도 연구소 부소장 ▦2002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원장 ▦2005년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 ▦2006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 ▦2008년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회 위원 ▦2008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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