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총선을 대선처럼 치르게 됐으니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정국에 대응한 기자회견에서 총선과 재신임 문제를 연계하는 초강경 승부수를 띄움으로써 정국이 더욱 복잡하게 얽히게 됐다. 야당은 국민 여론은 아랑곳 않은 채 원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부치고,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자신의 책임을 떠맡기는 형국이 됐으니 국민들만 불쌍할 뿐이다. 무책임한 정쟁으로 야기된 `고래`싸움에 국민들이 등터진 `새우`꼴이 됐다. 하기야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국민들이 정치를 남의 일로 여기고 방관해온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길은 있다. 노 대통령이 야당의 탄핵에 맞서 직접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겠다고 한 만큼 이제 결정권은 국민들의 손으로 넘어갔다고 할 수 있다.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발의되고, 대통령이 임기 중에 자신의 진퇴를 거론하는 이 같은 상황은 오지 말았으면 좋았을 것이지만, 멀리 보면 국정 마찰의 요인이나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 계기는 17대 총선이 될 것이다. 비록 노 대통령의 사과가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탄핵안 처리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야당이 탄핵안 처리를 강행하는 것은 여전히 무리수가 될 것이다. 야당은 노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탄핵사유를 추가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며 표결을 강행할 태세다. 그러나 탄핵안은 헌정의 중단을 초래할 수도 있는 중대한 결정이므로 정략적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 노 대통령이 총선에서 심판을 받겠다고 공언한 만큼 야당은 탄핵안 처리를 강행할 것이 아니라 총선에 전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 대통령이 총선결과에 자신의 재신임문제를 연계시킴으로써 17대 총선은 대선을 겸하는 성격을 지니게 돼 의미가 막중해졌다. 대통령과 각 정당, 그리고 국민 모두가 기도하는 심정으로 진지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총선전에 반드시 이행돼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노 대통령은 하루빨리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정치적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총선 결과에 따른 재신임 연계구상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야당들도 총선 이후 정국 운영방향에 대해 분명한 입장과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17대 총선은 정국의 분수령이 될 뿐만 아니라 나라의 명운과도 직결될 만큼 정치권과 유권자들은 보다 진지하고 책임 있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송영규기자 sk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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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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