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거 중이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6일 이명박 대선후보의 지원에 나설 뜻을 밝혔다.
측근인 김재원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박 전 대표가 조만간 이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전날 김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경선 승복 연설 이후 특별히 달라진 상황도 없고 BBK 사건과 관련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드러난 사실이 없다”며 “당원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원칙이고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명박ㆍ박근혜 ‘드림팀’ 뜬다=박 전 대표가 명확한 지지 행보에 나서지 않으면서 ‘경선 후유증’이 이어져 지지층에 일부 균열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이 후보는 전날 박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후보 등록을 잘 마쳤다. 지원 유세에 나서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박 전 대표가 응했고 이 후보로서는 대선을 불과 3주가량 앞두고 박근혜라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가 대중친화력이 강해 지원 유세에 나설 경우 바닥 표심이 꿈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미 박 전 대표 전용 버스를 마련해뒀으며 구체적인 지원 일정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BK 의혹 돌파에 탄력=지난 8월 경선 때 박 전 대표는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이 후보의 BBK 의혹을 제기했다. 때문에 이 후보와 당 지도부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박 전 대표가 이 문제를 엄호해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박 전 대표도 “수사 중이지만 나온 게 없다”고 언급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변호인단의 해명으로는 약하다. 우리가 나서서 ‘BBK 문제를 가장 먼저 조사했는데 별 것 아니었다’고 선언하면 정치적으로는 BBK 사건에 종지부를 찍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원칙과 실리 동시에 노린 듯=박 전 대표가 이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기로 한 데는 경선 승복이란 원칙뿐 아니라 총선 지분 및 차차기 대선이란 실리가 동시에 작용했다. 박 전 대표 측의 다른 관계자는 “박 전 대표로서는 오는 2012년 대선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대선에서 이 후보 지지 활동을 하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이 이겨도 ‘공’이 없고 져도 책임론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