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물가장세’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우선시해 환율과 금리정책을 운용하기로 함에 따라 채권시장에서는 물가부담을 우려해 금리가 연일 급등하고 외환시장에서는 물가부담을 더는 방향으로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형국이다. 1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6원80전 급락한 1,025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4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환율하락에는 당국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국제유가 상승의 여파로 오전 한때 1,032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오후 들어 딜러들의 예상을 깨고 당국이 전격 개입하면서 하락세로 반전했다. 시장에서는 약 3억달러 내외의 정부 물량이 출회된 것으로 추정했다. 홍승모 신한은행 차장은 “전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물가안정정책 운용 방침이 나온 지 하루 만에 매도개입에 나선 것은 그만큼 물가안정 의지가 강하다는 반증”이라며 “특히 이번 개입은 1,030원대의 환율 수준도 높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태국 등 여타 아시아 국가들이 물가부담으로 매도개입에 나선데다 외환당국도 1,030원 초반이라는 예상치 못한 레벨에서 물량을 던져 시장에 영향이 컸다”며 “당분간 아래쪽으로는 정유사의 결제수요, 위쪽으로는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막힌 1,010~1,030원의 박스권 장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채권금리는 전일에 이어 이틀 연속 급등하며 혼돈장세가 이어졌다. 국고채 5년물과 3년물은 각각 전일 대비 0.11%포인트씩 급등한 연 5.91%, 5.78%를 기록했다. 5년물의 경우 장중에는 전일 미 국채금리가 급등한데다 생산자물가 급등 소식이 겹치면서 한때 5.94%에 거래되며 지난 1월9일(5.96%)의 연고점 돌파 직전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유럽과 공조해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 우리 역시 언젠가는 금리인상에 동조하지 않겠냐는 얘기들이 돌면서 시장심리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며 “금리수준이 과도하기는 하나 현 시장은 악재 일변의 공포와 손절매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