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물증 못찾아… 흐지부지 종식 가능성

■ '美 반도체社 조사' 애널 전망원가이하 담합 말도안돼 PC메이커들 불만 수용 삼성전자ㆍ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세계 반도체회사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가격담합 행위 조사는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하고 종식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전망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한국의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 독일의 인피니온 등에 대해 가격담합 행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조사내용을 적시하지는 않았다. 미 법무부의 조사로 이날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의 주가는 15% 폭락했다. 컴퓨터 칩메이커인 AMD도 2ㆍ4분기 실적을 하향 조정하면서 12.4% 급락하고 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반독점 행위로 조사를 받고 있는 반도체 디자인회사 램버스도 무려 27.7%나 폭락했다. 이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74% 하락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미 법무부가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채 수요업체인 PC 메이커들의 주장과 항간의 루머에 의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들은 반도체업체들이 경기침체로 적자를 내면서 가격 하락을 위한 담합을 할 이유가 없고 미 법무부가 국내 PC 메이커의 불만을 수용하기 위해 형식적인 조사라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투자회사 베어스턴스의 애널리스트 찰스 부처는 "D램 가격의 등락이 심하기 때문에 담합행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할 수 있지만 덤핑을 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빌어 "미 법무부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보도했고 반도체 전문연구기관인 퓨처스호라이즌스의 말콤 펜 소장은 "원가 이하의 가격에서 덤핑 담합을 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수요업체인 PC업계와 국제금융시장에서 삼성ㆍ마이크론ㆍ인피니온 등 세계 D램 시장을 60% 장악하고 있는 4대 메이커들이 가격을 담합하고 있다는 주장과 루머가 제기돼온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D램 현물시장 가격이 1달러 이하로 떨어졌을 때 3대 메이커들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죽이기 위해 가격 하락을 담합했다는 설이 있었다. 마이크론의 하이닉스 인수가 무르익은 올 4월 D램 가격이 4.8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하이닉스 인수가 불발되면서 다시 가격이 내려갔다. 그러자 메이저 3사가 자금사정이 어려운 회사를 죽이기 위해 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는 설이 다시 제기됐다. 미국 언론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 출신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회장이 행정부를 움직인 것으로 지목하고 있다. 델 회장은 지난 4월 D램 가격이 치솟자 기자회견에서 "반도체회사들이 카르텔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델컴퓨터는 최근 타이완의 난야테크놀로지로 D램 공급선을 전환하는 등 반도체 메이저 회사들에 대한 반격을 가했지만 원하는 가격만큼 떨어뜨리지 못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델컴퓨터 이외에도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게이트웨이ㆍ애플컴퓨터ㆍ휴렛패커드 등 PC 메이커들도 D램 가격 상승으로 심각한 원가 상승부담을 안고 있다. 또 중소 반도체업체들은 메이저 회사들이 장기계약으로 가격을 지지하면서 스폿마켓의 가격을 하락시킴으로써 약자를 죽이려 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지난 80년대에 일본 반도체회사에 대한 반덤핑 행위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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