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던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이 출범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백지화할 위기에 처했다. 1조원의 자본금을 대기로 한 은행들이 막대한 출자 부담에 반발하면서다. 은행권 반발 기류에 금융당국은 부실 채권 투자회사인 유암코에 구조조정 전문회사 기능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 보유 부실 채권을 처리하는 유암코를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가면 기능과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은행연합회는 16일 밤 긴급 성명을 통해 "은행권에서는 신규 설립보다는 유암코를 확대 개편하자는 건의가 있었다"며 "17일 중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설립준비위원회를 개최해 수렴한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는 유암코에 지분을 출자한 6개 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포함된 총 8개 은행이 1,200억원씩 출자하고 캠코가 400억원을 출연해 자본금 1조원으로 설립될 예정이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일부 은행들이 새로운 방안의 구조조정 작업이 더 효과적이지 않겠냐는 의견을 낸 데 따라 설립준비위원회가 이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안을 확인하고 결정하겠지만 주주로 참여하는 은행들이 뜻을 모은 만큼 당국 입장에서는 전향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