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패션]마이 페어 레이디
'꽃파는 처녀'가 귀족으로 "옷이 날개"
'길거리에서 꽃을 파는 여인에서 귀족들만 모이는 초호화 사교파티의 주인공으로.'
'20세기 모든 남성의 연인' 오드리 햅번의 64년작 '마이 페어 레이디'는 한 여인이 6개월 만에 전혀 새로운 인물로 변모하는 과정을 정묘화처럼 세밀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는 옷차림과 말투 등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것들의 변화가 여인의 처지를 땅 끝에서 하늘 꼭대기로 바꿔버리는 세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언어학자인 헨리 히긴스 교수와 그의 동료 피커링 대령은 길거리에서 꽃을 팔던 천박한 말씨와 더러운 옷차림의 일라이자 둘리틀을 두고 내기를 건다. 반년 뒤 그녀를 상류계급의 사교파티에 나서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숙녀로 만들 수 있는지를.
히긴스 교수의 저택에 들어와 살기 전 런던의 유명 오페라하우스 코벤트 가든 앞에서 꽃을 팔던 둘리틀의 옷차림은 짙은 회색 원 버튼 코트에 밤색 통치마. 게다가 머리에는 검은색의 둥그런 중절모를 걸쳤다. 언뜻 봐도 주정뱅이 편부 슬하에서 어렵게 지내는 그녀의 형편을 알아차릴 수 있다.
히긴스는 둘리틀을 아름다운 숙녀로 만들겠다고 결심한 뒤 가장 먼저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을 모조리 불태운다. 그는 기존의 것을 모두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낡은 껍데기를 버려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둘리틀은 머리에 발음을 교정하기 위한 쇳덩어리를 차고 같은 모음을 하루종일 반복해서 말하고, 히긴스의 하녀처럼 온갖 잡일을 거들며 6개월 보낸 뒤 마침내 외국 국왕이 주최한 파티에 참석한다.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고 황태자가 함께 춤추기를 요청할 정도로 파티의 히로인이 된 것.
흰색 원피스는 화려한 금속성 액세서리로 장식, 깊게 파인 가슴 선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높게 세운 둘리틀의 머리에 올려진 왕관 모양의 핀과 팔꿈치 훨씬 위까지 올라온 긴 장갑, 둘레가 15㎝는 될 정도로 목을 둘러싼 목걸이 등은 그녀를 범접하기 어려운 인물로 보이게 만든다.
최근 들어 60~70년대 복고풍 의상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나온 지 40여년이 다 돼가는 이 영화에서 화려하면서도 품격이 느껴지는 햅번식 자기 연출법을 배워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김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