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등기술교육의 새 접근/배순훈 대우전자 회장(특별기고)

아마도 김영삼대통령의 큰 업적 가운데 하나가 임기중에 교육예산을 대폭 확대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경제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인력자원이고 인력자원을 개발하기 위해서 교육예산을 정부전체 예산의 5%까지 확대한 것은 아직까지도 국방예산을 과도하게 부담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획기적인 조처다.산업기술자 교육을 위해서 교육부는 공과대학 중점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대학 8개교를 선정하여 공과의 특정분야에 정부가 매년 50억원씩 5년간 지원하고 민간에서 대응자금을 모금하여 총 5백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올해가 4년째로 그동안 대부분 대학에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한개 특정분야 교육에 투입하는 액수로는 세계적인 규모다. 해당분야는 전자정보, 기계, 자동차, 소재고 산업체 소재 지역별로 각 대학에서 한 분야씩 선정하여 특화하고 있다. 그러면 과연 이런 사업에 의해 교육받은 졸업생들이 산업계 기대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까. 산업체는 실력있는 기술자가 필요하다. 기술자의 실력은 우선 시장의 기술적인 이해를 빨리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기술이해는 분류정리를 해서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이런 내용을 경영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상식적인 언어로 발표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의 기본원리를 이해하고 있어야 분류정리가 가능하고 컴퓨터언어등 전문용어를 일반언어로 바꾸어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외국어로 된 내용도 우리사회에 통용되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자는 과학기술의 원리뿐만 아니라 경영원리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실력있는 기술자는 스스로 알아서 시장경쟁에 필요한 사항을 준비해야 한다. 경쟁업체 경쟁상품을 분석하고 향후 경쟁활동을 예측하여 경쟁우위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시장은 기술발전과 소비자의 욕구에 따라 변한다. 기술발전추세와 소비자 니즈(Needs)변화의 추세를 이해하기 위해서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생산을 담당하는 기술자는 노동문제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노동의 사회적인 제약은 생산효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다. 생산공정의 설계는 노동조건을 감안해서 최적화하지 않으면 현실성이 없다. 서구의 오랜 전통을 가진 노동관행을 이해하지 못하고 생산공장을 운영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기술자의 활동범위가 과거 과학기술에 한정되었던 시대에서 과학기술과 경영사회가 복합된 문제로 전환되는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여러 분야가 복합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는 여건을 감안하여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공과교육도 이런 의미에서 교수지도 아래 학생이 경험을 축적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학협동교육 프로그램이 효과적인 방법일 수도 있으나 대부분 의례적인 학생들의 현장실습은 노력에 비해 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공과대학 중점지원을 받는 대학에서는 어떤 교육을 목표로 하여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가. 자동차 전공을 특성화하는 대학에서는 자동차 관련학과, 예를 들면 기계공학과 재료공학과 등을 비롯하여 섬유공학과까지 상당히 광범위한 학과에 교육시설확충에 대부분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학과 또는 학부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학생수가 많고 교수수가 많아 특별예산 투입혜택이 너무 넓게 분배되고 있다. 아마도 이번 자동차분야교육에 포함되는 학생수만 보면 외국에서는 예를 찾을 수 없이 큰 규모가 아닌가 한다. 이 많은 학생들이 졸업후 그 분야에서 종사할 수 있을 만큼 직장이 있을 것인가도 문제지만 종전의 공과대학교육과 비교하여 새로운 시설에서 컴퓨터를 사용해 본 시간이 많아지고 강의실이 깨끗해졌다는 점만으로 과연 산업기술자로서의 실력이 얼마나 행상되었을 것인가는 의문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외국어 교육시설과 실험장비, 시청각교실장비의 개선일뿐 특정분야에서 산업기술자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는 교육개혁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른 목적에 대학지원 프로그램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연구중심 대학에서는 연구를 확충하여 어떤 연구결과를 낼 것인가. 우리나라가 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학술지에 발표되는 논문숫자가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인가. 지방대학 특성화사업은 어떤 분야를 특성화할 것인가 보다는 어떤 분야를 포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과거 비슷한 정부지원 사업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예산지원이 있는 기간에 모든 학과가 그 분야의 이름을 붙여서 지원을 받다가 지원이 끝난 후 원래 명칭으로 복귀하고 교육내용은 처음부터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러한 교육예산의 집행방법이 우리국민을 경쟁력있는 인력자원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인가. 대학교육도 정부 세금에서 지원하는 방법보다는 수익자부담으로 시장메커니즘에 의하여 개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제 교육개혁은 재원의 문제기보다는 효과적인 교육프로그램 개발의 문제다. 재원도 마련되고 제도도 개편할 수 있으면 이제 대학교육개혁은 교육을 직접 담당하는 대학교수들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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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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