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3ㆍ4분기 매출이 원자재ㆍ채권 등의 거래부진으로 인해 20%나 급감했다. 금융위기 이후 경제 여건이 크게 변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도‘뉴 노멀’을 맞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는 3ㆍ4분기에 매출 67억2,000만달러, 순이익 15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지난 해 같은 기간(15억1,000만 달러)와 겨우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매출은 지난해 84억달러에 비해 20% 감소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8.1%을 기록하며 3분기 연속 감소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ㆍ4분기 순이익이 시장의 예상치를 충족했지만, 골드만삭스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의 매출이 급락한 것은 핵심 사업분야인 채권, 외환, 원자재 (FICC) 등의 트레이딩 부문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의 매출은 13억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47% 감소했다. 하비 슈워츠 골드만삭스 CFO는 “확실히 금융시장 여건이 채권, 원자재, 외환 거래에 부정적”이라며 “또 우리의 주요 고객인 기관 투자자들의 거래 위축이 실적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연준의 출구전략 예상으로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거래가 줄어드는 등 채권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채권부문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게다가 원자재 거래와 관련해 각종 규제가 도입되고 가격 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지면서 원자재 관련 현물과 파생상품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해왔던 골드만삭스에 타격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자산운용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 증가한 12억 달러, 주식공개(IPO)와 인수합병(M&A) 등 투자은행 부분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12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이 급감했음에도 골드만삭스가 순이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임ㆍ직원에 대한 보너스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전체 비용을 25% 줄였으며 지급을 위해 적립했던 보너스 규모를 35% 삭감했다. 이에 따라 매출액 대비 보너스 비율은 이번 분기 35%를 기록하며 전년동기(44%)에 비해 크게 줄었다.
주주 배당은 늘려 대조를 이뤘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분기에 1,020만주를 자사주매입을 단행했으며 주당 배당금으로 전분기보다 10% 올린 55센트를 책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