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이 26으로 늦추어 받은 것이 화근이 되었다. 백홍석이 말한 것처럼 이 수로 32의 자리에 꽉 막았더라면 아무런 변수가 없었다. 하지만 백26이 악수나 완착이었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었다. 이 수로도 원래는 아무 탈이 없이 백승이 확정되어 있었다. 이창호의 백34가 착각이 부른 패착이었다. 이 수로 참고도1의 백1에 젖혔더라면 백승이었다. 흑은 2 이하 6으로 버티는 도리밖에 없는데 백7로 집어넣어 한수늘어진 패. 흑에게는 팻감이 없으므로 승부의 변수는 전혀 없었다. 이창호가 착각한 내용이 나중에 밝혀졌다. 그는 흑이 참고도2의 흑1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이면 백2 이하 흑5까지가 필연인데 그때 백6으로 흑1의 오른쪽에 두어서 패도 안 내고 백이 이긴다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이 어처구니 없는 착각 덕택에 18세의 왕중왕이 탄생하게 되었다. 대국일로부터 며칠 후에 시상식이 있었고 시상식 다음날 강동윤의 부모는 경찰청 뒤에 있는 한정식집에서 기자들에게 비싼 점심을 샀다. 그 자리에서 필자는 비로소 강동윤과 첫 악수를 나누었는데 소개하던 한국기원 홍보부 직원이 짓궂게 말했다. "강동윤사범. 노선생님 알지?" 강동윤이 머뭇거렸다. 옆에 있던 시인 박해진이 나서서 과장 섞인 제스처와 함께 말했다. "관전기 많이 쓰셨잖아. 그리고 소설 '올인'의 작가분이셔." "아, 네. 드라마는 저도 봤어요."(강동윤) 옆에서 기자들이 요란하게 웃었다. 237수끝 흑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