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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이 결국 법정관리행을 택하면서 시장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16위로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큰데다 내실 면에서도 가장 알짜로 꼽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법정관리 신청으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1,400개에 달하는 협력업체다. 쌍용건설이 협력업체에 지불해야 할 전자어음 및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B2B대출), 외상공사 및 미지급금 규모는 3,000억원에 달한다. 쌍용건설의 협력사인 I토건 관계자는 "쌍용건설한테 받아야 할 돈이 20억원가량인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우리 같은 소규모 업체는 도산할 수밖에 없다"며 "채권단 간 책임 미루기가 결국 영세 업체들을 사지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쌍용건설이 당장 31일 만기인 600억원의 B2B대출만 상환하지 못해도 상당수 협력업체의 유동성이 급격히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B2B대출이란 협력업체가 원청업체에 받을 돈을 은행에서 대신 받고 쌍용건설이 대신 은행에 상환하는 방식이다.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채권채무가 모두 동결되기 때문에 당장에 금융권이 협력업체에 대금 지급 중단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협력업체 줄도산…건설업 전체가 휘청=건설업계가 특히 촉각을 세우고 있는 부분은 쌍용건설 협력업체의 도산으로 다른 업체의 현장까지도 공사가 멈출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쌍용건설처럼 대형 건설사와 일하는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다른 대형 건설사와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들이 줄도산하면 다른 대형건설사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인건비와 중장비 대여비 등으로 공기가 늘어나면 자연히 투입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 건설업의 특징이기 때문. 특히 그룹 계열의 건설사마저도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사태가 업계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근래 건설업계 위기는 외환위기 당시 상황보다 더 심각하다"며 "쌍용건설 같은 대형 업체가 쓰러지면 업계 전반에 큰 파장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부실이 금융권으로 퍼져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황이 얼마나 악화돼야 당국이 손을 쓸지 모르겠다"며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해외수주에도 경고등=쌍용건설의 법정관리가 가져올 파장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쌍용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 이후에도 국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해외에서 3,000억원 유동성을 공급할 만큼 해외 부문에 강점을 가진 건설사다. 현재 8개국 18개 프로젝트에서 3조원가량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워크아웃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다수의 해외 발주처로부터 사전입찰 초청을 받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2022년 월드컵 개최를 위해 기간시설 공사가 한창인 카타르 도하 지하철 프로젝트의 핵심라인에서 터키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돼 1조2,000억원의 수주액 달성을 눈앞에 뒀었다. 하지만 이번 법정관리 신청으로 상당수 해외 프로젝트의 수주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쌍용건설의 법정관리로 우리 건설업계 전체의 해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은 지하철 한 개 공구를 시공하던 오스트리아 업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수주전에 나선 한국 업체들에도 수주 금액 100%에 해당하는 보증을 요구한 바 있다. 쌍용건설은 싱가포르에서만 현재 1조7,000억원의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한국 건설사 중 상당수가 아예 입찰 참여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쌍용건설은 싱가포르 '마리나샌즈호텔' 등 고난도 건물과 고급 호텔, 리조트 등 부가가치 높은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런 기술력과 역사를 가진 업체를 잃는 것은 국내 건설업계 전체를 넘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패스트트랙… "국내 채권자 보호가 최우선"=일단 쌍용건설은 1,400여곳 협력업체를 비롯한 국내 채권자 보호를 최우선순위에 놓고 회생절차를 밟아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의 지원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정관리를 선택했던 것도 올해 지급해야 하는 600억원 규모의 B2B대출 채권자를 위해서였다는 게 쌍용 측의 설명이다.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향후 회생절차 조기종결 제도인 '패스트트랙' 방식의 회생을 모색할 방침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를 겪어온 그동안 대부분의 PF사업 손실을 떨어낸 만큼 국내외에서 착공을 앞두고 있는 4조5,000억원 규모의 공사를 바탕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