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밀한 욕망은 살인을 부르고...

■새영화 '언페이스풀' 뉴욕 교외 풍광이 좋은 한적한 곳. 바람이 세게 분다. 일렁이는 호수내 파도에 묶여진 보트가 크게 흔들리고 정원의 자전거가 넘어진다.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무엇하나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결혼 11년째의 주부 코니 섬너(다이안 레인)는 이런 강풍에도 불구하고 아들 생일선물을 사러 뉴욕 시내에 나간다. 눈조차 뜨기 힘들 정도의 세찬 바람 속에서 택시를 잡다가 젊은 남자 폴(올리비에 마르티네즈)과 부딪혀 넘어진다. 거리낌 없는 태도로 무릎에 난 상처 치료를 자처하는 그의 아파트에 들어간다.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넓은 아파트 곳곳에서 남자의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전달되고, 자신도 모르게 긴장을 풀게 된 코니.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만 모든 것이 잘 짜여진 듯 규칙적인 자신의 집안에서 문득문득 폴의 자유분방하던 몸짓이 떠오르고, 어떠한 힘에 의해선지 자신도 모르는 새 폴의 집으로 전화를 건다. 코니와 폴은 점차 주변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애정 행각을 벌이고 아내의 심상치 않은 행동에 의아해하던 남편 에드워드(리처드 기어)는 불륜의 확증을 잡는다. 에드워드는 폴의 집을 찾아 대화를 나누다가 자신이 아내에게 선물했던 유리장식품을 발견하고는 배신감을 참지 못해 그를 살해하고 만다. 이때부터 영화는 멜로분위기에서 갑자기 스릴러로 변하며 평상심을 잃는다. ''나인 하프 위크' , '위험한 정사' , '은밀한 유혹' 등의 영화를 통해, 일상에서 대할 수 있는 사소하지만 다소 특별한 관계를 날카로운 시선과 관능적 터치로 그려냈던 애드리안 라인 감독. 그의 신작 '언페이스풀(Unfaithful)'은 일상적인 삶과 은밀한 욕망, 그리고 가장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파괴적 본능까지 감독 특유의 감각적이고도 관음적인 시선으로 관객을 유혹한다. 부부와 연인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감각적 화면에 담아 선보이는 라인 감독 특유의 솜씨는 볼만하다. 그러나 인과관계는 엉성하고 복선은 뻔하다. 오랜만에 30~40대 관객을 겨냥한 작품이지만 요즘 브라운관에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유형의 중년 부부의 불륜을 다룬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중년층을 극장으로 끌고 올 수 있을지 관심이다.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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