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에 작은 상가건물을 소유한 이모씨는 최근 A은행의 자회사 직원을 사칭한 부동산 사기단에게 수백만원을 뜯길 뻔했다.
이씨는 경기침체로 수입이 줄어들어 건물 매입을 위해 받았던 대출의 이자를 내기가 어려워지자 건물을 매물로 내놓았는데 좋은 가격에 매수자를 연결시켜주겠다며 생면부지의 중개업자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자신을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과장이라고 소개한 그는 A은행 산하의 A감정평가원을 통하면 주변시세 이상으로 건물 가격을 공증 받을 수 있다며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이씨가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 문의하자 자신을 S감정원 간부라고 밝힌 이가 감정서 발급 수수료로 250만원을 요구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이씨가 A은행 측에 문의해보니 A감정평가원은 유령회사였고 알선해준 중개업소도 존재하지 않았다.
최근 경기침체로 빚을 감당하지 못해 주택ㆍ상가 등을 매각하려는 이들을 대상으로 이처럼 고액의 수수료 등을 갈취하는 부동산 사기단이 출현해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은 주로 부동산중개 관련 잡지ㆍ정보지ㆍ인터넷사이트 등을 통해 은행 부채가 많은 부동산 급매물 의뢰인의 연락처를 수집한 뒤 중개업자와 은행 계열의 감정평가기관 직원을 사칭해 역할을 분담하는 식으로 전화를 걸어 돈을 뜯어내고 있다. 급매물 매도자들의 초조한 심리를 이용해 공신력 있는 은행의 이름을 갖다붙이며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표적이 된 부동산 매수자에게 연락할 때 속칭 대포폰 등을 이용해 행적을 숨기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엉터리로 법령 등을 장황하게 설명한 뒤 부동산 거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감정평가서를 끊어야 한다는 식으로 부동산 매도자들에게 수백만원의 수수료를 송금할 것을 종용했다.
이들은 또 "매수자가 당장 오늘 중에 계약을 하자고 하니 반나절 안에 감정평가를 받아서 팩스로 보내라"는 식으로 촉박하게 마감시간을 정해 마음이 급한 매도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해당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은 부동산담보대출을 위한 담보가치 산정을 위해 감정평가자료를 활용하기는 하지만 별도로 감정평가회사를 자회사로 두지 않는다"며 "은행 계열의 감정회사 직원이라고 접근하면 무조건 사기라고 판단하고 사법 당국에 고발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