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홍형종의 글로벌 워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세계 실버산업

경제주도권 "젊은층서 실버세대로"…고령화로 구매력 비중등 갈수록 늘어나<br>기업·금융권 노인층 겨냥 마케팅 본격화…산업구조 재편등 패러다임 변화도 예고



세계 경제가 안고 있는 제일 큰 걱정 고령화. 그러나 이를 뒤집어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시장 형성의 의미도 있다. 실버 산업. 아직까지 개척의 여지가 무한한 이른바 ‘블루 오션’의 영역이다. 고령화와 맞물려 불길이 당겨지기 시작한 지구촌 실버 산업의 오늘과 내일을 진단해본다. 최근 월스트릿저널 비즈니스위크 등 미국의 유수 언론들이 실버 산업 관련 기사를 연일 보도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베이비 부머. 전후인 1946년부터 64년까지 출생자를 일컫는 말이다. 미국내 무려 7700만 명에 달하는 이들 세대가 60세, 바야흐로 노년기로 본격 들어서는 게 바로 내년으로 다가온 계기에서다. 숫적으로도 그렇지만 상당한 정도의 부를 축적한 이들 베이비 붐 세대가 지금 미국 사회 전반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더불어 글로벌 실버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미 선진권의 경제 주도권이 실버 세대에게 넘어갔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기업 마케팅에서부터 산업 구조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의 대대적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실버 산업, 클 수 밖에 없는 구조=각국의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이 장난이 아니다. 인구 피라미드 구조를 삼각형에서 항아리형으로 그리고 이를 다시 역삼각형 꼴로 급격히 바꿔놓을 전망이다. 마케팅 측면에서 이것이 뜻하는 바는 소비 주도 계층이 노인층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지구촌 5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10년 20.8%→2030년 39%→2050년 48%로 그야말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숫적 증가만이 아니다. 질적 변화는 더 크다. 이들 계층은 인구 수 대비 경제력이 월등 크기 때문이다. 미국 베이비 부머들의 1인당 가처분 소득은 미 전체 평균치의 2.5배에 이른다. 컨설팅사인 시니어에이전시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선진권의 경우 노년층이 전체 금융자산의 4분의 3을 보유하고 있고 실제 구매력도 50%를 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경제의 주도권이 젊은 층에서 실버 계층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 같은 통계적 증거는 실버 산업이 향후 각국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근거가 되고 있다. ▦각국 산업구조가 바뀐다=경제 및 산업 구조의 변화는 고령화의 정도가 유럽과 아시아보다는 상대적으로 낫다는 미국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이는 앞서 지적한 베이비 붐 세대의 노년층 진입이 내년으로 다가온 상황과 맞물린 현상이기도 하다. 그중 하나가 조기 은퇴와 동시에 재취업이라는 언뜻 ‘모순’의 상황이 몰고 오는 고용 시장의 구조적 변화다. AP 통신은 최근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들의 조기 은퇴 추세가 2000년 초 주식 시장 붕괴와 경기 불황으로 사그라졌다가 경기 부활과 집값이 상승하며 다시 늘고 있고 그와 동시에 재 취업도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베이비 부머는 수적으로도 X세대(65~80년 사이 출생자)와 Y세대(80년 이후 출생자)를 능가하지만 특히 구매력에서 이들 세대를 압도하고 있다. 당연히 기업과 금융권의 화두가 이들을 잡기 위한 마케팅에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베이비 부머와 비교되는 이른바 ‘단카이(團塊:덩어리) 세대’(1947년~49년생)의 대량 퇴직을 앞두고 있는 일본의 경우도 부자들이 몰려 있는 이들 세대를 맞기 위한 업계 준비가 활발하다. 일본의 실버 마켓 규모는 2001년 39조엔에서 오는 2025년에는 4배나 많은 155조엔에 이를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이미 골드플랜-신골드플랜-골드플랜21로 이어지는 노인 복지 로드맵을 잇따라 마련 일찌감치 실버 마켓 팽창을 주도했다. 도요타 등 자동차사, IT 업체, 바이오, 의류 업체에 이르기까지 실버 산업에 속속 참여, 사업 확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중국의 경우 실버 산업을 개별화시켜 육성시킬 여유의 단계는 아니지만 고령화에 대비하려는 정부의 정책 의지 만큼은 확고하다. 실버산업국제포럼 자료에 따르면 중국 실버 산업의 잠재력은 연간 5,000억 위안(약 65조원), 성장 가능성은 말 그대로 무한하다. 역내 고령 인구 층이 한해 평균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이 무려 1,2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유럽. 그동안 사회복지에 집중 투자해온 독일 프랑스 등 선발국들의 실버 산업은 이제 질적 성숙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먼저 깃발 꽂는 자가 임자. 향후 마케팅 트렌드의 핵심 부상=고령화로 인해 지금 지구촌은 유례없는 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 경제적으론 거시와 미시 양쪽 측면 패러다임의 변화다. 정부는 사회 복지 등 거시 경제 운용의 틀을 고령화 추세에 맞춰 전면적으로 재편해야 하고 기업은 기업대로 고용 및 인사에서 생산과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노령화에 맞춘 경영 계획, 특히 기업 문화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버 부문 강화를 위한 금융업계의 발걸음은 특히 빠르다. 노후를 위한 다양한 재테크 및 보험 상품, 특히 공적 연금과 퇴직 저축 등이 늘면서 마케팅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조업의 변화는 제품 디자인에서부터 일고 있다. 이를 테면 노인을 포함 모든 연령대가 쓸 수 있는 이른바 ‘유니버셜 디자인’은 제품 생산의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다. 제약 및 생명과학 분야를 필두로 노인 계층을 위한 각종 서비스 산업은 고령화 시대 특히 대표적 유망 업종 군이다. 이들로 인한 전체 산업 구조의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복지와 실버 산업의 개념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신생국들의 경우는 선진국 사례를 통해 국가 발전의 로드맵을 짜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선발 기업들로부터 고령화 시대 제품 생산과 마케팅 전략을 벤치 마킹하는 시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먼저 깃발을 꽂는 자가 임자” 오늘 실버 산업의 장(場)에서 펼쳐지는 일이다. 향후 글로벌 기업대전의 성패가 이곳에 달렸다. 대표적 ‘블루 오션’ 영역인 실버 시장을 보는 안목이 절대 필요한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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