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菅直人) 현 일본 총리가 14일 일본 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간사장을 물리치고 승리,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한동안 혼란스러웠던 일본 정국은 일단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간 총리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 이후 급하게 공백을 메운 지명 총리가 아니라 당 대표 경선을 통해 선출된 총리로 당당하게 거듭남에 따라 국정 장악력과 정책 추진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경선을 통해 당원과 서포터는 물론 당 소속 의원들의 높은 지지도까지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 총리가 가야 할 길은 첩첩산중이다. 올 들어 일본 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부상한 엔고가 일본 내부요인이 아니라 유럽 재정위기, 미국 경기회복 지연, 중국의 경제 연착륙 등 외부요인에 따른 것이어서 간 총리가 전면에 나선다 할지라도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가 재정건전화를 위한 방책 중 하나로 밀고 있는 소비세 인상 등도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경선 과정에서 분열된 당심을 추스르는 게 급선무다. 이달 말 미국 방문에 이어 벨기에 아시아유럽회의(ASEM), 한국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등 외교 일정이 줄줄이 대기하는 상황에서 국내 문제를 우선적으로 수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선 전체 포인트에서는 간 총리가 721포인트로, 491포인트에 그친 오자와 전 간사장을 크게 이겼지만 중ㆍ참의원 국회의원 투표 포인트는 412점과 400점으로 겨우 12점을 앞섰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당 내에는 오자와 전 간사장을 지지하는 세력이 여전히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간 총리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이날 투표 전 최종 연설에서 당 내분 수습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여러분의 능력과 가능성을 믿는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게 민주당의 강점이고 재산”이라면서 “412명의 내각을 만들겠다”며 당의 화합을 강조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경선 이후 민주당을 이끌어갈 간사장을 누가 맡느냐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 간사장은 지난 6월 오자와가 하토야마 전 총리와 함께 물러난 후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행정쇄신상이 맡고 있다. 하지만 에다노 행정쇄신상은 7월 참의원 선거 참패 후 물러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간 총리 진영에서는 분열된 당 분위기를 수습하는 차원에서 친(親)오자와계 의원이 간사장을 맡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예 확실한 봉합 차원에서 오자와에게 간사장 자리를 다시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자와가 다시 간사장을 맡는다면 경선을 실시한 이유가 뭐냐”며 오자와의 복귀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그동안 간 총리가 대표 선거에만 집중할 뿐 인사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며 “선거 이후 민주당은 간사장 인선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