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협에 지원하는 4조원은 내년 출범하는 농협 금융지주의 자본금 확충에 사용된다.
자회인 은행의 기본자기자본비율(Tier1)과 생명ㆍ손배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을 업계 평균에 근접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서다. 농협중앙회의 출자(5조1,000억원)와 자체 추가자금조달(6조3,000억원)에 정부 지원(4조원)을 더하면 금융지주 산하 은행의 기본자본비율은 11%로 생명보험과 손배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을 현행 각각 230%, 300%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시중은행 평균 기본자기자본비율은 11.59%, 생명보험과 손배보험은 각각 280%, 312%다.
정부의 자금지원은 '이차보전(3조원)'과 '현물출자(1조원)'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꺼번에 4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경우 당장 내년 예산안 편성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15조원가량 늘어나는데 농협에 한꺼번에 거액을 투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차보전'은 내년 출범하는 농협중앙회나 농협금융지주가 농업금융채권 발행 등을 통해 3조원을 조달하면 채권에 대한 이자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정부는 채권금리를 5%로 보고 우선 내년 예산에 1,500억원을 책정했다.
문제는 국민의 혈세인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지원기한'과 '조건'을 전혀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정부는 "농협의 경영상태와 자구노력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에서는 '기약 없는 혈세투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부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의 경영상태가 좋으면 3~4년 만에 지원을 끝낼 수도 있다"고 했지만 이를 뒤집으면 지원기간이 무한정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농협 입장에서도 어차피 채권에 대한 이자부담이 없는 만큼 원금 상환을 최대한 미루면서 이차보전 기간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
정부지원 규모가 농협이 요구한 6조원에서 4조원으로 줄어들면서 경제금융지주 자본금 규모는 당초 6조1,300억원에서 4조9,500억원으로 깎였다. 농협이 요구한 10여개의 신규투자 사업을 삭감한 결과다. 재정부 관계자는 "농협이 제출한 사업 계획에는 사업구조개편의 주목적인 농산물 판매와 직접적 관련이 없거나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신규사업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